‘가장자리’, ‘개콘’이라 가능한 웃픈 시트콤 [인터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11.13 15: 28

KBS 2TV 공개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가장자리’(이승윤 박영진 송영길 서태훈 김승혜 이현정)는 사실 그리 폭발적인 웃음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이 시대 가장들의 씁쓸한 현실을 다루는 ‘가장자리’는 다양한 부부들의 모습 속에서 소박한 에피소드의 나열로 한 편의 시트콤을 본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웃기면서 슬픈, 애잔한 감성을 바탕으로 한 가장들의 공감대가 켜켜이 쌓이면서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귀에 쏙쏙 박히는 유행어가 있는 것도, 빠른 호흡으로 폭발적인 웃음을 몰아치는 것도, 강력한 화두를 던지는 풍자 개그도 아니지만, 우리 옆집 사는 가족들은 왠지 이럴 것 같은, 혹은 우리집 아빠의 모습을 보는 듯한 친근함을 최대 무기로 한 ‘가장자리’는 사랑 넘치는 신혼 부부, 권태기가 온 중년 부부, 외로운 기러기 아빠, 사랑을 찾아 헤매는 노총각 등의 캐릭터가 꺼내놓는 이야기들로 사랑 받고 있다.
이러한 시청자의 사랑 속 지난 8월 첫 선을 보인 ‘가장자리’는 어느새 3개월 째 무대 위에 오르고 있는 인기 코너가 됐다. ‘가장자리’의 웃음과 애환의 절묘한 줄타기, 또 반복과 공감에서 오는 편안함은 ‘개콘’이라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큰 웃음이 목적이 아니에요. 아저씨들이 보면서 씁쓸하지만 웃을 수 있는 코너가 되길 바랐어요. ‘개콘’이 모든 연령대가 보는 프로그램이니까 가능했던 코너에요. 어린 친구들만 본다면 ‘가장자리’도 빨리 없어졌을 것 같아요.”(서태훈)
“개그는 웃음을 주는 게 목적이기는 해요. 애환을 다룰 때는 감동이나 슬프게 가는 거 보다, 꺾어서 웃음을 주는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해요. 이 코너에서 승윤, 태훈, 영길이 웃음을 가져가고, 제 부분에서 짠한데요, 이렇게 웃음을 주는 게 맞는지 매주 고민하고 있습니다.”(박영진)
“실제 제가 아는 기러기 아빠가 있는데요, 영진이가 연기하는 기러기 아빠 부분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러기 아빠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개그에는 다양한 웃음이 있는 거 같아요. 서태훈은 닭살스럽고 저는 현실적이고요.”(이승윤)
다양한 의미와 많은 생각을 담아낸 ‘가장자리’, 하지만 코너의 기본 틀은 단 10분 만에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영진이랑 영길이랑 함께 옥상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영진이가 갑자기 ‘베란다에서 남자들이 이야기 하는 콘셉트가 어떨까’라고 말했어요. 베란다에서 남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모두 함께 하기로 했어요. 10분만에요.”(이승윤)
“마침 승윤 형이 고민하고 있을 때였어요. 형이 아기도 낳고 가장이 됐으니 애환을 담자고 했죠. 제 캐릭터인 기러기 아빠가 자연스럽다고 많이 말해주세요. 저희 담당하는 작가님이 주말부부시거든요.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박영진)
특히 이승윤은 6개월, 송영길은 최근 세상에 나온 갓난아기가 있는 아빠들로, 이들은 실생활의 경험을 코너에 많이 녹여내고 있다고 전했다.
“제가 가장이 돼보니 코너에서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아 좋아요. ‘어제 무슨 일 있었냐’고 옆에서 툭 물어보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요. 실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하니 재미있어요. 사실 아빠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도 없었고요. 전에 ‘마누라가 코 골아서 못 잔다’는 내용은 제 얘기예요. 아내도 보자마자 딱 알더라고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이승윤)
“회의가 다 끝났는데, 회의실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집에 늦게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유부남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회의에 일찍 오는 사람도 유부남이고요. 휴대폰 게임의 상위권도 마찬가지고, 회식 때도 유부남끼리 모여서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하하. 아빠 이야기가 요즘 트렌드에도 맞는 것 같아요. 결혼을 했지만, 노총각 역할로 나오는 건 재미있어요.”(송영길)
또 이승윤과 부부로 등장하는 이현정은 29기 신인 개그맨이지만, 신인 티를 찾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아줌마’ 연기로 이승윤과 찰떡 호흡을 보이고 있다.
“제 와이프 역할로 누가 좋을지 생각해봤는데, 기존에 아줌마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을 고민했더니 막내 중에 현정이가 딱 있었어요. 유일하게 가발을 안 쓰고 아줌마 연기를 해요. 정말 대단해요.”(이승윤)
“회의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해요. 이승윤 선배는 다른 선배들 보다 남편 역할이니까 더 편안한 것 같아요.”(이현정)
또한 행복한 신혼부부를 연기하며 닭살 애정행각을 보이는 서태훈은 정작 아직까지 결혼에는 관심 없다고 말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서태훈이 결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역할로 캐스팅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 코너를 하면서 결혼을 다시 생각하고 있어요. 결혼이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당연히 결혼한 선배들을 보면 부럽지만, 저희 개그가 결혼의 안 좋은 면을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결혼하면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실제 성격도 사실 그렇게 애교가 많지는 않아요.”(서태훈)
이제 ‘개콘’ 안에서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묵직하게 달리고 있는 ‘가장자리’는 새 코너의 등장과 폐지가 빈번해진 요즘 흐름에서는 그 자체로 대단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멤버들은 늘 스스로 위기감을 갖고 새로운 기분으로 무대에 선다고 입을 모았다.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있어요. 어떤 정해진 기간을 채운다는 것 보다는, 코너가 끝나고 나서도 대중이 오랫동안 기억해주는 게 장수 코너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박영진)
“이 코너를 보고 아빠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코너를 보고 아빠한테 전화 한 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이승윤)
“‘개콘’에 많은 시청자가 있어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코너가 다를텐데, 저희는 아버지들이 공감대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 분들에게는 저희가 1등이었으면 좋겠습니다.”(서태훈)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부모님한테 연락을 많이 하게 됐는데요, 시청자분들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공감했으면 좋겠어요.”(이현정, 김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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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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