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가 돌아왔다. 7년 만의 컴백이지만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 ‘토이표 발라드’는 여전했다. 여기에 더해진 힙합과 재즈 크로스오버는 ‘덤’. 유희열은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토이 새 앨범을 내기까지의 사연들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유희열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M콘서트홀에서 토이 정규 7집 앨범 ‘다 카포’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유희열의 원맨 프로젝트 토이는 7년 만에 정규 7집 앨범을 발표한다. 이번 타이틀 ‘다 카포’는 ‘처음으로 돌아가 연주하라’는 의미를 가진 음악 용어다. 이는 토이로서 음악을 하던 처음 순간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신선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유희열의 뜻이 담겨 있다.

이날 유희열은 “음악을 가지고 누구와 얘기를 해 보는 것이 처음”이라며, “동아리 방에 모여서 음악 듣는다고 생각해 달라”고 수줍은 모습으로 진행을 시작했다. 처음 들은 세 곡은 이번 앨범 첫 세 곡인 ‘아무도 모른다’와 ‘리셋(Reset)’, ‘굿바이 썬, 굿바이 문(Goodbye Sun, Goodbye Moon)’이었다. 첫 곡은 연주곡이었고, ‘리셋’은 이적이, ‘굿바이 썬, 굿바이 문’은 악동뮤지션 이수현이 부른 곡이다.
유희열은 “트랙리스트를 만들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곡의 흐름”이라고 밝혔는데, 앨범과 이번 음감회를 연 ‘아무도 모른다’는 차분한 분위기의 연주곡이었다. 짧지만 듣는 이를 몰입시키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리셋’은 조금 무거운 듯 힘이 넘치는 반주와 이적의 강렬한 보컬이 돋보였다. 반면 ‘굿바이 썬, 굿바이 문’은 80, 90년대 오마주의 팝적인 느낌의 겨울 노래로, 유희열은 “생각해 보니 이 가사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이 밖에는 없더라”며 이수현 섭외 과정을 얘기하기도 했다.
다음 곡은 타이틀곡인 ‘세 사람’과 ‘너의 바다에 머무네’. 듣자마자 ‘토이표 발라드’가 느껴지는 곡이었다. 유희열은 “누가 ‘토이표 발라드’를 듣고 싶다고 하더라. 그게 뭘까, 했더니 ‘청춘 드라마 느낌’이라고 하더라”라며, “‘세 사람’이라는 곡을 오랜만에 쓰면서 기뻤다. 내가 잘 하는 게 이런 스타일의 노래구나”라며 뿌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세 사람’을 부른 성시경에 대해 “정말 고마웠다. 나는 곡을 만들 때 무책임하게 만든다. 가수의 상황을 고려치 않고 멜로디를 쓴다”며, “성시경 군도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려 왔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이 곡을 위해 담배를 끊겠다고 했다. 나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10일 후 왔는데 정말 담배를 끊었더라”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보통 다른 가수의 곡 피처링을 하지 않는 김동률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성시경과 김동률은 다 믹싱하는 과정에서 계속 여러 차례 와서 확인을 하더라. 두 곡 다 성시경, 김동률 아니었으면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U&I’는 힙합 가수인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크러쉬, 빈지노가 객원가수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에 듣던 토이의 음악과는 반전된 분위기. 유희열은 “많이들 물었는데, 나는 힙합을 모른다”며, “곡을 만들 때 느낌은 퓨전 재즈에 가까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총출동해준 아메바컬처와 작사, 작곡에 도움을 준 빈지노, 편곡에 함께 한 프라이머리 등에 공을 돌렸다.
토이의 이번 앨범에는 성시경, 이적, 김동률, 선우정아, 다이나믹 듀오, 권진아, 김예림, 빈지노, 이수현, 자이언티, 크러쉬 등 막강한 객원가수진이 참여했다. 유희열은 “지난 번 토이 앨범에서 달라진 것은 여성 가수들의 참여가 많아진 것”이라며, “의도치 않았는데 여성이 부를 수 있는 곡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객원가수를 고를 때는 이 분들이 아니면 안될 때 고른다. 상황 때문에 고르는 것은 아니다. 음색이나, 이분들의 연기 때문에 꼭 이분들이 불러야 하는 곡들이었다”며, ‘피아니시모’를 부른 김예림과 ‘그녀가 말했다’를 부른 권진아, ‘언제나 타인’을 부른 선우정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 꼽으라고 하면 어디서나 선우정아 씨를 얘기한다. 이렇게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설명 후 들은 연주곡 ‘피아노’와 ‘피아니시모’, ‘그녀가 말했다’, ‘언제나 타인’은 각각 다른 매력의 곡들이었다. ‘피아니시모’와 ‘그녀가 말했다’는 감미로운 선율의 반주와 김예림, 권진아의 특색 있는 보컬이 어우러진 곡들이었는데, 분명 다르면서도 ‘토이 분위기’라는 데서 공통되게 담담하고 차분한 느낌이 듣는 이의 감성을 적셨다.
‘언제나 타인’에 대해 유희열은 “‘인생은 아름다워’와 함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인 곡”이라며, “흥미롭게 작업했다. 가사부터 끈적거린다. 60, 70년대에 나온 이탈리아 B급 영화의 OST같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에 선우정아의 세련된 보컬이 더해져 묘한 중독성을 이끌어냈다.
이제 마지막 두 곡 만이 남았다. 두 곡 모두 유희열이 직접 부른 곡이었다. 그는 ‘우리’에 대해서는 “이 곡을 들을 때 마다 앨범의 끝을 듣는 느낌”이라며, “만약 토이 콘서트를 한다면 무조건 이 곡을 마지막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 곡은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이 될 예정이었다.

실제 마지막 곡이 된 ‘취한 밤’은 앨범이 완성된 후에 급하게 만들어진 곡이다. 유희열은 “얼마 전 신해철 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 포토그래퍼 분과 사진 재킷 촬영을 하다가 소식을 처음 들었다. 안성진 씨는 제 앨범에 모든 사진을 찍어줬던 분이기도 하고, 신해철씨 앨범 사진을 찍어주셨던 분이기도 하다. 작업이고 뭐고 접고 술을 잔뜩 마셨다. 취한 상태로 곡을 썼다”고 밝혔다.
‘취한 밤’에는 ‘하나, 둘씩 떠나네. 저 멀리 이사를 가고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우린 행복한 걸까’라는 등에 가사가 담겼다. 앨범 첫 곡인 ‘아무도 모른다’와 같은 악기를 사용해 만든 거울 같은 곡이기도 하다. 유희열의 앨범은 처음과 마지막이 연결되며 감성 가득한 토이 7집을 완성했다.
음악감상회 끝에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유희열은 토이 7집에 대해 “기적같이 나온 음반”이라며, “토이 앨범은 ‘민폐’다.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이 분들이 없으면 앨범 작업을 못 한다”며 객원가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희열은 이번 앨범을 계기로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결과 피아노를 치면서 손으로 직접 악보를 썼다고 밝혔고, 또, “편곡, 멜로디 구성, 코드의 쓰임새.. 그 시절의 그런 음악적 치열함을 많이 담아보고 싶었다”며, “곡을 만들었을 때 그림 하나가 안 떠오르면 무조건 곡을 접었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한 장면만이라도 머릿속에 떠오르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 장면 하나를 위해 노래, 연주 총력전을 벌였다”고 털어놨다.
한편 토이의 ‘다 카포’는 오는 18일 온, 오프라인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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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