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은 없다' 선언한 롯데, 약속 지킬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1.14 05: 58

과거 선수가 구단에 반기를 드는 이른바 '항명사태'에는 어떻게든 구단의 보복이 뒤따랐다. 1983년 우승 뒤에도 짠 연봉에 반발, 구단주 앞에서 고기를 불태웠던 '불고기 화형식' 주동자로 몰린 김일권은 트레이드 대상자가 되었다가 각서와 벌금을 내고서야 계속해서 뛸 수 있었다. 1994년 OB의 항명사태 때는 김인식 감독의 요청으로 당장 보복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다수 인원들이 팀을 떠나야 했다. 선수협 파동 당시의 주동자들도 마찬가지로 정들었던 팀을 떠나야만 했다.
그랬기에 이번 롯데의 성명서 발표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 당사자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5월 중순 한 번 움직였었던 선수들은 시즌 종료 후 불안감이 점점 커지게 됐고, 자신들이 지목했던 인물들이 하나 둘 구단에서 힘을 얻는 모습을 보이자 다시 뭉치게 됐다. 이는 지난 달 28일 자정 성명서 발표로 이어졌고, 불씨가 CCTV 사찰 파문으로 옮겨붙으면서 구단 수뇌부 3인이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당초 구단 측 일부 인사의 퇴진만을 원했던 선수단은 사장과 단장까지 한꺼번에 날아가자 적잖이 당황했다. 집단행동으로 인해 구단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기 때문에 보복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13일 신임 이창원 대표이사와 이종운 감독이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선수들에게 이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런트에서 촉발한 측면이 큰 사건이다. 운동밖에 모르던 선수들로 하여금 구단일에 자꾸 관여하게 만든 것 자체가 프런트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신임 대표이사가 한 말이기 때문에 그 무게는 크다. 이제 겨우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는 와중에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을 남길 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게다가 요즘 프로야구에서 임의탈퇴나 연봉삭감, 2군행, 트레이드 등 직접적인 보복을 하면 여론 역풍에 직면할 게 뻔하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연봉으로 해당 선수들을 보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차피 연봉은 정해진 고과로만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연봉이 깎이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올해 구단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번 사건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선수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 선수는 "당장이야 조용하겠지만 앞으로 1년은 불안할 것 같다"고 한다. 이제까지 프로야구 역사가 불안감의 이유다. 게다가 이번 일로 전임 사장과 단장, 운영부장이 모두 팀을 떠났다. 그 만큼 파급력이 거대했던 사건이다. 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오히려 정말 보복없이 지나갈 수 있다. 지금 구단 핵심인사들은 선수들의 항명으로 잃은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이미 신임 대표이사가 선언했기 때문에 롯데 구단은 선수단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됐다. 만약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이익을 선수들에게 준다면 또 다른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 뻔하다. 이번 일로 롯데를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다. 과연 롯데는 '보복은 없다'라고 말한 약속을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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