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2014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른 뉴욕 메츠 투수 제이콥 디르롬과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코리 클루버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학 동문이다.
넒은 땅덩어리 만큼 많은 대학 야구팀이 있는 미국에서 대학동문이 메이저리그에서 같은 해에 신인상과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일은 흔치 않다. 1975년 보스턴 레드삭스 외야수 프레드 린이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고 뉴욕 메츠 투수 톰 시버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이후 39년 만의 일이다. 린과 시버는 LA에 있는 USC(남 캘리포니아 대학)동문이었다.
14일(이하 한국시간)FOX SPORTS는 디그롬과 클루버의 대학 이야기를 전했다. 둘은 고교를 졸업할 당시 프로구단의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했을 만큼 큰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학 3학년을 마친 뒤에는 똑같이 프로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규약 4조에 의해 고교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선수들은 최소 3년을 마쳐야 프로에 들어올 수 있다) 클루버는 2007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4라운드에 지명했고 디그롬은 2010년 뉴욕 메츠가 9라운드에서 지명했다. 고교에서는 야구 열등생이었지만 대학에서 우등생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들은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멀지 않는 스텟슨 대학을 졸업했다. 재학생수가 2,500 명 밖에 되지 않는(미국 기준으로는 아주 작은)사립대학교다. 미국 대학야구 디비전 1에 속해 있지만 그래도 누구나 아는 야구 명문 대학은 아니다. 미국대학야구는 수준별로 디비전 1에서 디비전3까지 있고 디비전 1에는 약 300개의 팀이 속해 있다.
우선 대학 시절 이들을 지도했던 피트 던 감독의 소감. “그게 아예 가망이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순 없어도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주 즐거운 일이다. 이런 일(대학 동문이 같은 시즌에 사이영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받는 일)이 오래 전에 일어났고 자주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 학교가 재학생수 규모에서 디비전 1에서도 아주 작은 학교라는 점에서 이런 동문 선수를 배출한 것은 굉장한 일이다. 우리가 그들을 선발해서 여기서 발전시켰고 이제 자신들의 직업에서 정점에 섰다.”
디그롬은 대학 입학 후 2년을 유격수로 보냈다. 3학년이 될 때 던 감독은 내야수로 기용하는 것 보다는 투수로 기용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그롬은 자면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었다. 불펜에서 볼을 던지지 않았다. 열심히 훈련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좋은 제구력을 갖고 있었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좋았다.”
던 감독은 처음 디그롬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다. 유격수로도 뛰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무리로 쓸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오지 않았고 결국 선발로 활용하기로 했다. 던 감독이 선발투수로 기용할 계획을 밝혔을 때 디그롬이 한 첫 질문은 “그래도 내가 유격수로 뛸 수 있는 거죠?”였다.
디그롬은 선발 투수로 보직이 바뀌었음에도 간간이 유격수로도 경기에 나섰다. 자신이 투수로 등판하는 날은 지명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디그롬은 점차 피칭에 집중하게 됐고 결국 이것이 메이저리그로 가게 했다.
디그롬은 선발 투수로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현 시카고 화이트삭스 에이스 크리스 세일(올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와 맞대결을 펼쳤다. 비록 패했지만 이 경기에서 세일로부터 홈런을 빼앗았고 이 때부터 디그롬을 눈여겨 보는 스카우트들이 늘어났다.
디 그롬은 대학 3학년 1년 동안 12경기에 선발로 나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했다. 썩 좋은 기록은 아니었지만 스카우트들은 성적에 관계없이 디그롬의 재능을 인정했다.
클루버는 대학 입학과정이 극적이었다. 클루버는 플로리다주에서 멀리 떨어진 텍사스주에서 고교를 다녔다.
던 감독은 어느 날 대학교의 스카우트 관계자에게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열린 경기를 보도록 했다. 학교에 중요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인사가 이날 경기에 출전하는 지역 고교 선수를 봐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경기를 보고 온 스카우트 관계자는 던 감독에게 말했다. “가서 보고 오라고 한 선수는 우리가 도저히 데려올 수준이 못 됐다. 하지만 그 선수를 상대로 볼을 던진 투수는 데려와야 한다. 그 선수는 텍사스 출신의 클루버다. 진짜 좋은 선수다.”
던 감독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클루버의 부모가 플로리다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콘도를 장만해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미 클로버는 애리조나주로 경기를 위해 떠난 뒤였지만 던 감독은 부모를 만나 입학 동의를 받아냈다.
클루버 역시 대학 1학년 때는 미미했다. 20경기에 등판했지만 선발로 나선 것은 1경기 뿐이었다. 25.1이닝을 던지면서2승 2패 평균자책점 7.82로 시즌을 마쳤다. 본격적으로 선발 임무를 맡은 2학년부터 성적이 좋아진 클로버는 3학년 때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17경기에 선발로 나서 114이닝을 소화하면서 12승 2패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117개였다. 클루버는자신의 대학시절 마지막 등판에서는 완봉으로 팀의 12-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던 감독은 “솔직하게 말해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3라운드 이내에 지명된 선수들은 우리학교에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재학 중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입학시킨다. 디그롬과 클로버는 이런 것의 아주 모범적인 사례다”라며 흐믓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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