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회심의 캐시카이, 유럽-국산 CUV 모두 나와라 ‘2개의 전쟁’ 전략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4.11.14 11: 12

캐시카이가 닛산 브랜드의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자동차 시장 공식 런칭과 미디어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까지 끝낸 캐시카이가 소비자들의 선택만 남겨 놓고 있다.
닛산은 캐시카이를 통해 ‘2개의 전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럽, 특히 독일계가 석권하고 있는 수입 콤팩트 SUV 시장에서는 ‘성능’을 무기로 일전을 벌일 태세이며, 국산 SUV를 상대로는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11일의 공식 런칭행사에서 가격은 이미 공개 됐다. 가장 싼 S 모델이 3,050만원(VAT 포함), SL 모델 3,390만원(VAT 포함), 플래티넘 모델 3,790만원(VAT 포함)이다. 무늬만 3000만 원대가 아니라 실제로 3000만 원이면 캐시카이를 살 수 있다.

물론 S모델은 옵션이 빈약하긴 하다. Bi-LED 헤드램프,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 루프레일, 19인치 알루미늄 휠, 인텔리전트 키, 3D 내비게이션 및 DMB, 7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 선바이저 조명, 운전석 파워시트, 열선 내장 프론트시트가 없다.
안전장치에도 차이가 많다. 전방 비상 브레이크,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이동물체 감지 시스템, 인텔리전트 파크 어시스트 등이 없다. 하지만 닛산이 자랑하는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은 전 모델에 기본 장착 돼 있다.
S모델의 경우 편의사양에서는 3D 내비게이션과 터치스크린 모니터 정도가 당장 아쉽고 안전장치에서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에 미련이 남는다.
이런 내용들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고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는 캐시카이가 과연 독일계 SUV와 견줄만한 성능을 갖췄는가를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성능마저 갖췄다면 캐시카이는 국산 및 수입 콤팩트 SUV를 상대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도 승산이 있다는 얘기가 될 터다.
시승은 파주 헤이리 포레스타를 출발해 자유로와 율곡로를 타고 연천 허브빌리지를 왕복하는 120km 구간에서 진행했다. 뻥 뚫린 도시고속도로와 왕복 4차선 율곡로, 그리고 적당한 굴곡이 있는 시골길까지 다양한 도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였다.
캐시카이는 1.6리터 dCi 엔진을 얹은 차량이다. 여기에 변속기로는 엑스트로닉 CVT를 연결했다. 이 조합만으로 캐시카이의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전형적인 다운사이징 엔진에 연료 효율성을 강조한 무단변속기를 장책했다. 도심 14.4km/ℓ, 고속도로 16.6km/ℓ, 복합연비 15.3km/ℓ의 공식 연비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왕복 120km이지만 막히는 도심 구간이 아니었다 보니 웬만한 차들은 트립에 찍히는 연비가 20km/ℓ를 상회했다. 연비에 신경을 많이 쓴 차량은 23km/ℓ를 넘기기도 했다. 1.6리터 작은 엔진에 엑스트로닉 CVT의 조합이 주는 연비 효과는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 차량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퍼포먼스는 오히려 강한 인상을 줬다. 필요할 때만 힘을 써주는 터보가 ‘작은 고추’를 얕볼 수 없게 만들었다. 제원상 출력은 4000rpm에서 최고 131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1750rpm에서 32.6kg.m이 나온다.
출력은 경쟁차종들에 비해 다소 약한 편이지만 2000rpm도 안 되는 구간에서 최대토크 32.6kg.m이 발휘되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저중속에서 되레 괄괄한 힘이 느껴졌다. 닛산이 얘기하는 “한국의 도심 환경에 최적화 됐다”는 말이 되새겨졌다.
7단의 매뉴얼 모드를 지원하는 것도 흥미롭다. 수동 변속 모드로 조작을 하면 CVT가 아니라 7단으로 움직이는 수동 기어 변속기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닛산의 설명에 의하면 엑스트로닉 CVT에 적용 된 D-step이라는 기능 때문이라고 하는데 CVT이면서도 오토 트랜스미션과 같은 반응을 보여준다. 예민한 운전자라면 급격한 속도변화에서 변속 충격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CVT를 디젤 엔진에 적용한 것은 CVT 실력자 닛산에서도 캐시카이가 처음이다. 엑스트로닉 CVT가 2세대 캐시카이에 맞춤형으로 제작 된 배경이다. 닛산은 캐시카이 맞춤형 CVT를 통해 기어비를 17% 확대했고 마찰저항을 40% 줄임으로써 10%의 연비향상을 실현했다.
캐시카이를 출시하면서 닛산이 가장 소리 높여 자랑한 기능은 섀시 컨트롤 시스템(Chassis Control System)이다. 섀시 컨트롤 시스템은 다시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Active Trace Control)’,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Active Ride Control)’,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Active Engine Brake)’로 구성 돼 있다. 세 가지 세부적인 컨트롤 기능을 통해 차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섀시 컨트롤’이다.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은 코너링 주행시 각 휠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언더스티어링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은 요철구간에서 휠의 속도를 모니터링 해 차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스스로 가벼운 제동을 걸었다 풀었다 한다.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는 엑스트로닉 CVT의 기어비 제어력을 활용해 제동 및 코너링에서 엔진 브레이크가 자동적으로 작용하도록 해 풋 브레이크의 부담을 덜어준다.
사실 운전자가 이 기능이 작용하는 지를 몸으로 다 느끼기는 어렵다. 대신 시각적으로 시스템의 작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놨다. 계기반의 5인치 어드밴스드 드라이브 어시스트 디스플레이는 섀시 시스템이 작동하는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급격한 코너링을 시도하면 안쪽 바퀴에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이 적용 된 상황을 보여주며, 과속 방지턱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넘어가면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이 표현 된다. 운전자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실내는 꽤나 검소한 편이었다. 차음력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서 프리미엄의 느낌은 주지 않는다. 콤팩트 SUV의 한계 상황이겠지만 뒷좌석도 갑갑했다. 하지만 트렁크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좋아할 요소를 숨기고 있었다. 골프백을 가로로 적재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유럽산 콤팩트 SUV 차량들은 대개 골프백이 시원스럽게 들어가지 않는다.
트렁크는 듀얼 플로어 시스템을 적용해 플로어 패널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16가지 적재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재치가 눈에 띄었다.
1세대가 전세계적으로 200만 대 이상 팔려나간 저력에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2개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캐시카이, 소비자들의 선택이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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