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성근 감독, “한화 선수들, 고양 원더스 선수들보다 체력 약해”(중)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11.14 13: 03

지난 11월 12일 오전 11시께,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단의 가을철 마무리 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성근(72) 감독과 통화를 했다. 김성근 감독의 밝은 목소리 뒤로 “탕, 탕” 하는 경쾌한 타구 음이 실려 왔다.
한화의 올해 마무리 훈련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다. 신임 김성근 감독이 팀을 재정비하고 선수들의 상태를 총 점검하는 한편 아예 판을 새롭게 짜기 위한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예년 같으면 여느 구단과 마찬가지로 한화도 베테랑 선수들을 배려해 훈련에서 빼줬겠지만, 올해는 한 명도 ‘열외’가 없다.
팀 타선의 중추인 김태균(32)도 입에 단내가 풀풀 나리만치 호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실 김태균의 움직임은 예의주시 대상이었다. 올 시즌 초반 한화가 어려움을 겪을 때 김태균의 타격도 침묵했다. 중, 후반기에 분발하긴 했으나 국내 최고액 연봉 선수로는 미흡한, 더군다나 한화 타선을 이끌어야할 위치로 볼 때, 결코 만족할 만한 성과로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김태균은 스스로 10년 만에 가을훈련에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응룡 감독 때도 자율훈련을 하겠다고 혼자 빠졌던 터여서 김성근 감독이 과연 김태균을 어떻게 대우할지 관심이 갔던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0월 28일 입단식에서 “김태균은 내일부터 3루에서 반죽을 것이다.”고 특정 선수를 실명 거론하면서 대놓고 표적 발언을 했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실제로 오키나와 훈련지에서 김태균은 3루에서 뒹굴고 있다. 1루수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인 그로선 낯선 경험일 것이다.
 
최근 야구 판에선 김성근 감독이 김태균을 다잡기 위해 ‘여차하면 다른 구단 투수와 트레이드를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김성근 감독에게 대뜸 그 얘기부터 물었다. 김 감독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항간에 김태균도 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한 엄포성 얘기가 아닐까하는 소문이다.
“그런 얘기는 안 했다. (선수단) 미팅 때 ‘누가 팀에 필요 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뜻을 가지고 다들 살아야한다.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을 자기가 배워야한다. 과거에 잘 했다, 못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과거의 기록일 뿐이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나한테는 과거의 명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했다.
-김태균의 3루수 시험은 무슨 이유로 하는 것인가. 실제로 펑고를 쳤다는데.
“두 번 쳤나. 본인이 하고자하는 뜻은 있더라. 옛날 태평양 때 김경기에게 일부러 3루 연습을 시킨 적이 있다. 1루는 수비범위가 좁고 3루는 넓다. 가능성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3루 훈련을 해놓으면 여차할 때 시즌 도중 3루로 쓸 일 생긴다. 본인이 적극적이다. 너무 해서  허리가 아프다 해서 하루 쉬게 해줬다. 의식이 전혀 달라졌다. 견뎌내고 있다.”(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훈련이라는 뜻인 듯하다)
-휘어잡기 위한 방편인가.
“휘어잡는 게 아니다. (김태균의)생각이 달라졌다. 당연한 것이다. 김태균에게 3루 수비를 시켜보니까 좋아지고 있다. 우선 글러브 처리가 바뀌었다. 얼마만큼 자기가 만들어 갈지, 달라질지 지켜봐야겠지만. 처음에는 푸트 워크(발놀림)나 글러브 처리가 안 돼 있었다.”
-취임 때 ‘수비’를 강조했는데, 한화, 어디가 문제인가.
“(웃으면서)다 약하다. 특히 체력이 너무 약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내가 맡아본 팀 가운데 제일 약하다. 고양 원더스 애들보다 약하다. 훈련이 제대로 안 돼 있다. (전임 감독이 김태균을 포함해) 체력을 안배해주면서 해줬지 않나 싶다. 레귤러는 없다. 외야의 어깨가 약한 것은 던지는 방법을 몰라서다. 오늘 보니까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놀라운 얘기다.
“와서 보니 전체적으로 부상자가 많다. (전 감독도) 시즌 도중 고민했지 않나 싶다. 체력이 안 다져져 있어, 약해서 다치지 않나 싶다. 몸을 만들어야한다. 근육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약하니까 아픈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칭찬과 채찍으로 한화 선수들을 서서히 단련시켜 나가고 있다. 그의 발언은 하나하나가 고도의 계산을 깔고 있다.
취임 당시 “개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를 안 할 것이다.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고 안 따라오면 같이 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이나 “김태균은 3루에서 반 죽었다.”고 과격하게 말한 것 따위가 그렇다. 의도적으로 김 감독은 한화 선수들의 ‘의식 개조’를 주문하고 있다.
한화 선수들의 몸가짐은 일단 눈에 띠게 달라졌다. 김태균부터 머리카락을 짧고 단정하게 잘랐다. 김 감독은 입단식 석상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이발 값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내일부터는 머리 깎고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얼핏 사소한 구석까지 농담처럼, 그러나 가시가 박힌 말을 던졌다. 선수들은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일단 순응하고 있다.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스케줄”이라는 말로 고된 훈련을 표현했던 김태균부터 달라진다면, 한화의 미래는 밝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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