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72) 감독은 이미 선수들과 친숙해진 느낌이다. 지난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은 마치 첫 날부터 오래된 한화 감독이었던 것처럼 선수들과 깊은 교감을 나눈 모습. 낯설음이 별로 없다.
김 감독은 캠프 첫 날부터 투수 최고참이었던 박정진의 머리를 '쓰담쓰담' 하며 화제를 모았다. 박정진은 "나이 마흔에 머리를 쓰담쓰담을 받았다"고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초면에 최고참 투수의 머리를 그냥 만졌을 리 없다. 한화에 오기 전 두 사람은 짧은 인연이 있었다.
박정진은 "대학교 시절 감독님을 뵌 적이 있다. 연세대 야구부가 전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쌍방울 감독님이었던 감독님을 처음 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프로팀 감독이었지만 아마추어에도 관심을 기울였던 김 감독이 직접 지도를 하러온 것이다. 그때 투구폼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고.

새파란 대학생이었던 박정진이 어느덧 한 팀의 투수 최고참이 됐으니 김 감독도 새삼 감회가 새로웠던 모양. 김 감독은 박정진의 머리를 만지며 "네가 벌써 마흔이냐. 처음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라고 놀라워했다. 박정진은 "처음 다가오실 때 놀랐는데 예전 기억을 하시더라"고 사람 좋게 웃었다.
주장이자 외야수 고동진도 김 감독으로부터 타격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고 있다. 그에게도 김 감독 지도는 전혀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고동진의 성균관대 시절, 김 감독도 LG에서 나와 야인 생활을 하며 인스트럭터로 함께 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쉬지 않고 성균관대 훈련장에 나왔다.
고동진은 "그 때 감독님과 함께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한 기억이 있다. 손에 물집이 잡혀서 배트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훈련했다. 감독님은 이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지도하신다. 그 방법이 15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는 "지금은 그때 만큼 체력이 안 되지만 앞으로 3년은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타자 김태완도 성균관대 시절 김 감독과 함께 한 인연으로 잘 알려졌다. 그래서 김 감독은 김태완이 수비 훈련 중 지칠 때마다 "너 성대 때보다 수비 못한다"고 타박한다. 김태완은 "대학 때 감독님을 만났다. LG에서 나오시고 일본의 지바 롯데로 가기 전까지 인스트럭터이지만 매일 같이 나오셨다"고 기억했다.
이외 김 감독은 최고참 포수 조인성과 LG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정근우도 SK에서 함께 왕조를 구축했다. 고양 원더스에서 눈물 젖은 빵을 같이 먹었던 송주호도 있다. 송주호는 "다시 감독님과 함께 할 줄 몰랐다. 원더스에서처럼 죽을 각오로 해보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와 독립구단을 넘나들며 쉼 없이 야구를 해온 김성근 감독. 야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그는 어느새 여러 선수들과 남모를 인연이 생겼다. 아마 그에게 선수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팀은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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