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감돌고 패자는 소리 높여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의아한 장면이 독일-지브롤터의 유로2016 조별리그서 등장했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뉘른베르크의 그룬딕 스타디온에서 열린 유로2016 조별리그 D조 4차전 지브롤터와 경기서 4-0 승리를 거뒀다. 독일은 이날 승리로 2승 1무 1패(승점 7)를 기록했고 지브롤터는 4전 전패로 D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결과만 놓고 보면 독일의 완승이었다. 독일은 이날 토마스 뮐러와 루카스 포돌스키, 마리오 괴체, 토니 크로스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우며 약체 지브롤터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앞서 폴란드에 충격패, 아일랜드와 무승부를 거두며 상처입은 자존심을 지브롤터전에서 대승을 거둬 만회하겠다는 각오였다.

실제로 독일은 점유율 62%를 장악하며 무려 35개의 슈팅(유효슈팅 12개)으로 지브롤터의 문전을 두들겼다. 이에 비해 지브롤터는 단 2개의 슈팅(유효슈팅 1개)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4-0으로 독일이 앞선 채 경기가 마무리되어가던 후반 40분경, 그룬딕 스타디온을 찾은 지브롤터 원정팬들은 흡사 승리를 차지한 듯 기뻐하는 모습으로 환호를 올렸다.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듯한 모습. 그 이유는 지브롤터의 골키퍼 조던 페레스(28, 링컨)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페레스는 독일전을 앞두고 "7골 아래로만 실점해도 기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패한 브라질보다 우리가 나은 것 아닌가"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던진 바 있다.
그 말대로다. 인구 3만명의 작은 나라 지브롤터는 유럽축구연맹(UEFA)에 가입한 지 1년이 겨우 지난 나라다. UEFA 주관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이번 유로2016 조별리그가 처음이다. 아직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이 아니라 월드컵 무대에도 나설 수 없는 지브롤터는 이번 대회 최약체로 손꼽히는 팀답게 지난 3경기 동안 득점 없이 17실점만 기록했다.
제대로 된 프로선수라고는 잉글랜드 리그1(3부리그)의 프레스턴 노스엔드에서 뛰는 수비수 스콧 와이즈맨(29)과 이스라엘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리암 워커(26, 브네이 예후다) 정도로, 이름값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면에서 독일과 비교할 수 없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던 셈이다. 페레스가 "7골 아래로만 실점해도 기쁠 것"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있다.
독일은 토마스 뮐러의 멀티골을 포함해 전반전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지브롤터를 밀어붙였지만, 후반전에는 요겐 산토스의 자책골을 제외하고는 득점 없이 마무리하며 명예 회복 선언이 빛을 잃었다. 반면 지브롤터는 최강 독일을 상대로 4골만을(?) 내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며 독일 등 강팀들과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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