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다. 윤태호의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이 작품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그리고 그 원작이 엄청난 사랑을 받은 만큼 시청자, 특히 애청자들은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미리 알고 있기에 김이 새고 힘이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미생'은 그런 종류의 드라마가 아님을 회를 거듭할수록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스포일러가 스포일러가 아니다. 원작의 재해석이 아닌 원작에 대한 충실함이 이 드라마의 큰 관전 포인트. 그렇기에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 캐릭터 구성과 스토리 진행이 감상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잘 만든 사극 드라마들에 역사 자체가 충분히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원작의 잔잔한 분위기에 쾌활함과 드라마틱한 포인트가 더해졌다고 평가 받는 '미생'은 결국 우리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정직원이 될 수 있을 지, 정글 같은 회사 안에서 위에서 아래서 치이는 오과장(이성민)은 극 중에서 과연 결말을 맞게 될까가 관심사 중 하나다. 매회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얻는 에피소드들의 총합이 해피 엔딩으로 귀결될 지, 아니면 슬플지 웃플지, 그도 아니면 열린 결말일 지 궁금증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미생'은 이제 정해진 결말보다는 과정, 그 터치 자체가 중요한 드라마인 것 같다. 장그래가 많은 장해물들을 넘고 성장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의미있다. 원작과의 간극이 가장 좁다고 평가받는 배우 이성민 같은 경우가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을 주는 것도 크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는 '원작이 있는 작품의 드라마화'에 대해 "웹툰은 컷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상상하며 보게 된다. 드라마화 했을 때는 그 상상을 하는 지점까지 잘 표현해줘야 한다. 말 그대로 웹툰대로 표현하면 그게, 잘 표현했다는 게 되지 않는다고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14일 방송된 '미생'에서는 음흉한 상사 박과장(김희원)의 괴롭힘에도 장그래가 모든 것을 견뎌내며 자신의 이름처럼 '예스'를 외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장그래가 선택한 것은 순류를 유지하는 처세법. 그는 입사 동기들에게 "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게 상대방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며 이를 설명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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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