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72) 감독은 늘 '없는 살림'으로 팀을 이끌었다. FA 선수는 언감생심이었다. 감독 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외부 FA 영입이 없었다.
오히려 내부 FA 유출만 있었다. 2001년 시즌 후 LG 감독대행에서 정식감독으로 승격됐지만, 그해 타격왕을 차지한 양준혁이 LG를 떠나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갔다. SK 시절에는 2008년 시즌 후 애제자였던 이진영이 FA가 돼 LG로 이적했다.
2002년 LG 시절은 물론 SK에서 5년을 있는 동안 2007년 김원형·박경완, 2008년 조웅천·이호준, 2009년 김재현, 2010년 박재홍 등 이진영을 제외한 내부 FA들이 잔류했지만 외부 FA 영입은 한 번도 없었다. 김성근 감독에게도 이제는 외부 FA라는 선물이 주어질 때가 됐다.

한화 지휘봉을 잡고 3년 만에 프로 무대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은 내심 FA 영입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그는 "욕심 같으면 FA로 나온 선수들 다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한화는 지난해 정근우(70억원) 이용규(67억원) 영입에 무려 137억원을 투자하며 F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한 바 있다.
한화는 올해도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미 시즌 초부터 "올해도 FA를 잡는다. 작년처럼 2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년 전 류현진 포스팅 금액의 여유분이 아직 남아있고, 그룹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룹 비서실장 출신 김충범 대표이사가 새롭게 선임돼 야구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새로운 대표이사가 당장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FA 영입처럼 눈에 띄는 게 없다. 그룹 차원에서 움직인 김성근 감독 체제를 확실하게 밀어주는 것으로도 FA 영입이 최고다.
올해 FA 시장에는 어느 때보다 투수 자원이 풍부하다. 선발투수로는 우완 윤성환·배영수·송은범·, 좌완 장원준이 있으며 구원투수로도 우완 안지만·김사율·이재영, 좌완 권혁 등 골라 쓸 수 있는 자원이 많다. 올해처럼 투수 FA들이 많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마운드가 약한 한화에 있어 큰 기회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영입으로 기대치가 크게 올라갔지만 냉정하게 볼 때 내년 시즌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전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 투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할 국내 투수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야구는 투수놀음, 포스트시즌 이상 성적을 위해서는 투수 FA 영입이 필수다.
과연 한화가 김성근 감독 야구 인생에 첫 'FA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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