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조용히 변화하고 있다.
김기태(46) 감독은 2일 미야자키 휴가의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시간을 따져보니 딱 보름이다. 지난 16일 저녁 만난 김 감독은 검게 그을린 얼굴이었다. 그는 "아직 선수들을 알아가는 시간이지만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다"면서 웃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찾을 수 있는 생기 충만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보름이면 선수들 파악도 하기 힘든 시간이다. 그럼에도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팀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그만큼 미야자키 캠프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함평 전용훈련장과 돗토리 재활선터의 베테랑 선수들도 김감독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대혁신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김기태 감독의 미야자키 메시지를 들어본다.

▲팀 퍼스트
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먼저 내세우는 핵심 메시지이다. 팀이 아닌 개인을 먼저 앞세우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번 휴가 마무리 캠프에 합류하자 마자 선수들을 모아놓고 "팀과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가 되어달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팀을 위하지 않는 선수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 고참 선수들은 대부분 빠졌다. 최희섭이 유일하다. 대신 얼마전 조계현 수석코치를 1박2일로 돗토리로 보내 재활훈련을 하는 고참선수들을 만나도록 했다. 그런데 이미 고참선수들은 김 감독의 이같은 방침을 숙지하고 있었다. 후배들을 통해 김 감독의 방침이 자연스럽게 전달된 것이다.
▲연봉 1억 선수
김 감독은 "연봉 1억 정도 되면 일반사회에서는 상위 클래스에 속한다. 프로야구도 1억은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 친구들은 알아서 잘한다. 1억짜리 선수에게는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대신 우리가 할 일은 저연봉 선수들을 1억 짜리 선수로 만들어야 한다. 이래야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고 팀에게는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코치들의 자세도 규정되어 있다. 자신들이 선수시절 받았던 혜택을 지도자를 하면서 후배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선배랍시고 특권을 누리거나 군림하지 않고 선수들이 빨리 돈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코치의 진짜 할 일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영혼있는 배팅 100개
한화와 kt 등 타팀들은 가을캠프에서 경쟁적으로 훈련량을 많이 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살인적인 훈련량이라는 엄살까지 나오고 있다. KIA의 휴가캠프도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훈련을 실시한다. 물리적 시간으로 따지면 한화와 kt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훈련량은 적지 않다. 그만큼 훈련의 집중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토스배팅을 하더라도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방식이다. 김 감독은 그만큼 훈련에서도 일방적인 양보다 질을 선호한다. 무조건 배팅 2000개 보다는 영혼있는 배팅 100개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자율훈련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있다.
▲자율성과 전지훈련 명단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전지훈련지에서도 30세 이상과 연봉 1억원을 넘는 선수들에게 야간훈련도 알아서 하도록 한다. 그만큼 특정선수들은 스케줄을 생각하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자율을 보장하는 스타일이다. 대신 스스로 문제를 내고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효과가 크다고 본다. 매일 훈련이 끝나면 타격, 수비, 주루 등에서 자신이 부족한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보완을 하도록 한다. 그러면서도 내년 1월 전지훈련 출발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은 그때 몸상태를 보면 된다. 겨울을 잘 준비해야 한다. 만일 몸상태가 문제가 있으면 전지훈련에 데려갈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자율성을 보장한 만큼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어 전지훈련을 시작하자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김 감독은 "모두가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지 못한다면 전지훈련의 효과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예의와 프라이드
김 감독은 유난히 프로선수의 품위와 자존심을 중요시한다. 연봉을 많이 받는 만큼 프로선수로서 자신을 가꾸어야 하고 팀과 조직, 동료, 선후배들간의 예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프로다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품위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형님 리더십의 요체일 수 있다. 여기에는 성실한 훈련태도,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것들이 다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품위를 지키지 않는다면 개인도, 성적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PS:이제 시작인 만큼 김 감독의 모든 메시지가 선수들에게 녹아든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같은 메시지가 KIA 선수단의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김 감독의 추진력과 선수들의 응답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김기태 감독 특유의 소통 능력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고 실제로 그런 조짐들이 보인다. 결국 KIA의 혁신과 김기태 감독의 성공여부는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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