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개조' SK 강의 열풍, 선수들은 귀 쫑긋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17 13: 00

마무리훈련 같다가도, 강의실 같기도 하다. 김용희 신임 SK 감독의 지론 하에 이뤄지는 SK의 ‘야간 특강’이 마무리훈련의 풍속도를 상당 부분 바꿔놓고 있다. 선수들도 선배들, 그리고 전문가들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며 그라운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지식들을 머릿속에 채워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해를 좋은 흐름에서 마무리하는 자리이자, 내년 4강 재진입을 위한 포석을 설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선수단 분위기는 열의가 넘친다. 김용희 감독을 비롯, 신임 코칭스태프들은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눈빛도 반짝인다. 비교적 긴 오전·오후 훈련시간에도 불구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체력적인 보강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의식을 살찌우는 ‘훈련’도 병행 중이다. 김용희 감독은 이번 마무리훈련을 떠나기 전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물론 선수들의 의식도 바꿔놓겠다는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런 김 감독의 의지에 감독은 물론 코치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돌아가면서 선생님을 자처하고 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선수들의 흥미는 배가된다. 집중력 있는 특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른바 ‘야간 특강’이다. SK는 이번 마무리캠프 중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의 대명사로 불리는 야간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오전과 오후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뒤 샤워와 식사를 하고 다시 야간 훈련에 임하는 동선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 하에서다. 대신 오전과 오후 훈련의 시간을 좀 더 높이고 저녁 식사 이후에는 1시간 남짓 이어지는 특강으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있다.
단순히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이렇게 하라’라는 메시지 전달이 아니다. 특강의 주제는 다양하다. 우선 기술적인 조언과 선진 사례를 소개하는 경우다. 새롭게 SK 타격코치로 부임한 김무관 코치가 두 차례 걸쳐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16일에는 올해 타격코치에서 수석코치로 승격한 김경기 코치가 또 다른 관점에서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풀어냈다. 투수 파트에서는 김상진 김원형 코치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심리적인 부분을 선배로서 진솔하게 설명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꼭 야구 내적인 것만 소개하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이 평소 알고 싶어 했던 주제로 효율성을 더하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세 차례 이어진 특강이 대표적이다. 태릉선수촌에서 첨단 트레이닝 기법을 경험했던 김용진 트레이닝코치는 선수들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의 효과, 그리고 그 효과가 나오려면 12주는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단순한 말이 아닌 과학적 분석 자료와 실제 사례로 보기 쉽게 설명해 선수들의 호평을 받았다.
다음 기회에 바턴을 넘겨받은 허재혁 컨디셔닝코치도 연관성을 이어갔다. 그 12주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어떠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며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보충 설명을 했다. 다시 바턴을 이어받은 이형삼 컨디셔닝코치는 그런 과정에서 부상을 어떻게 방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특강을 했다. 주제가 연속성을 가지며 선수들의 의식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실 몸이 힘든 상황이라 웨이트를 포기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특강 이후 선수들이 웨이트 비중도 높이고 평소 갖다 둬도 먹지 않았던 영양소들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서 더 공수했다”라며 변화를 설명했다.
선수들의 만족감도 높다. 기술적인 훈련이 반복되는 것보다는 한 번쯤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자연히 프로선수로서의 자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런 특강은 마무리캠프 종료까지 매일 계속될 예정이다. ‘기술’과 ‘정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SK가 그 목표에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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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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