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정우람, “패전처리부터 시작하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17 15: 33

자신을 낮췄다. 예전의 명예도 잊기로 했다. 대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SK 왕조 ‘필승’의 상징이었던 정우람(29)이 정식 복귀를 향한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여건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정우람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로 모든 각오를 대변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을 떠나기 전 정우람은 리그 최고의 불펜 요원으로 극찬 받았다. 팀이 필요한 곳에는 항상 정우람이 있었다. 가장 믿을 만한 불펜의 수호신이었다. 근면함은 이런 수식어가 가능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2005년 59경기를 시작, 2012년까지 8시즌 동안 무려 529경기에 나갔다. 그 와중에 117개의 홀드를 수확했고 2012년에는 전업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그런 정우람은 2012년 시즌 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을 떠났다. 그러나 팀을 떠난 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문학구장에 자주 등장하며 복귀를 준비해왔다. 상근예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남는 시간을 쪼개 몸을 만들었다. 구단 관계자들이 누구나 극찬할 정도로 성실하게 훈련했다. 노리는 바는 딱 하나, 그리고 아주 명확했다. 2015년 정상적인 복귀였다.

그런 노력이 보상을 받고 있다. 보통 상무나 경찰청이 아닌 다른 방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선수들은 훈련량이 부족하다.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우람이 흘린 땀은 이런 시행착오를 용납하지 않았다. 현재 가고시마 팀 마무리훈련에 참가 중인 정우람은 “역시 야구를 할 땍 가장 좋은 것 같다. 내년에 맞추기 위해 복무기간 중 열심히 훈련을 했다. 현재 몸 상태는 좋다. 앞으로 일정에서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면 된다”라며 웃어보였다. 17일에는 라이브 피칭도 소화하며 순조로운 진도를 알렸다.
SK 불펜에서 정우람의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불펜 전력이 약했고 특정 몇몇 선수들에 대한 부하가 컸던 SK다. 정우람의 컴백은 천군만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제 정우람은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정우람은 “이제 중간 정도가 된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후배들을 이끌어갈 만한 경력과 경험이 쌓였다. 일각에서는 마무리 보직의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뽑기도 한다. 2012년 풀타임 마무리 보직을 잘 소화한 정우람이기에 기대가 걸린다.
하지만 정우람은 신중하다. 주위의 평가에 고마워하면서도 자신은 2년의 공백이 있었다는 투수임을 잊지 않고 있다. 정우람은 보직에 대한 이야기에 “아직은 논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올해 열심히 던졌던 투수들도 있지 않은가”라며 겸손해 하면서 “패전처리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천천히 올라가 마무리까지 노려보겠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정우람이 남몰래 쏟았던 노력이 그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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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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