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이켜보기 싫은 시즌이었어요”
곰곰이 올 시즌을 돌아보던 박재상(32, SK)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웃음과 함께 결론을 내렸다. 말 그대로였다. 돌이켜보기 싫은 시즌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개인에게나 팀에나 2015년이 중요한 까닭이다. 이를 잘 아는 박재상이 누구보다 힘차게 가을을 마무리하고 있다. 2015년 자존심 회복을 위한 박재상의 신호탄이 가고시마 캠프 곳곳에서 돋보이고 있다.
박재상은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SK의 마무리훈련에서 ‘중간 MVP’로 손꼽힌다. 한 관계자는 “박재상이 훈련 성과나 의지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아픔이 큰 만큼 다시 일어서려는 몸짓도 큰 법이다. 모든 것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2014년을 가슴에 묻고 희망찬 2015년을 그리고 있다.

박재상에게 2014년은 잊고 싶은 한 해였다. 공·수·주를 겸비한 외야 자원으로 각광받으며 SK 왕조의 한 몫을 거들었던 박재상은 올해 38경기 출전에 그쳤다.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페이스가 워낙 좋아 최고의 야수 기대주 중 하나로 손꼽혔지만 정작 시즌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못했다. 타율이 1할9푼에 그쳤고 결국 중반 이후에는 줄곧 2군에만 있었다. 2005년 이후 최소 경기 출전, 그리고 최저 타율이었다.
팀에도 손해였지만 개인적으로도 손해가 막심했다. 당초 올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던 박재상은 올해 1군 등록일수가 모자라 FA 취득을 내년으로 미뤘다. 돈도 돈이지만 자존심, 그리고 자신의 경력에도 큰 생채기가 났다. 항상 밝은 성격이었던 박재상의 말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SK의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서 만난 박재상은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성공을 위한 여러 가지 요소가 한 곳에 모이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재상은 툭툭 털어내며 다시 일어서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년을 바라보는 중이다. 젊은 선수들의 급성장으로 외야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최정상급의 수비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박재상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적으로도 명예회복이 달려 있지만 박재상은 개인보다는 팀을 더 생각했다. 박재상은 “우리 팀 성적이 좋았으면 마무리캠프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끼리도 2년 연속 4강에 못 간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며 팀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감독님도 바뀌셨고, 현재 팀 분위기도 좋다. 개인적 바람보다는 팀 성적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그런 박재상의 자존심 회복은 SK의 자존심 회복과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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