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디 악몽'을 경험했던 태극전사들이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 55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하는 이란과 A매치 평가전을 벌인다.
한국(FIFA 랭킹 66위)은 지난 14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요르단(74위)과 원정 A매치 평가전서 1-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전반 33분 한교원(전북)의 헤딩 결승골을 앞세워 슈틸리케호 부임 이후 첫 원정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란은 차원이 다른 상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게다 이번 경기가 열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리우는 악명 높은 곳이다. 해발 1200m에 위치해 원정 선수들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데다가 10만 명의 원정 응원단의 함성도 견뎌야 한다. 한국도 이곳에서 1무 2패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했다.
선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이란의 박지성'으로 불리우는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이 건재하고, 한국과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서 결승골을 넣었던 레자 구차네자드(27, 알 쿠웨이트)도 호시탐탐 한국의 골문을 노린다.
슈틸리케호에도 '믿을맨'이 있다. 아자디 원정을 경험한 베테랑들이 주인공이다. 박주영(알 샤밥)을 비롯해 손흥민(레버쿠젠), 정성룡(수원), 곽태휘(알 힐랄), 윤석영(퀸스 파크 레인저스),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근호(엘 자이시), 이청용(볼튼) 등이 2년 전 아자디 스타디움 잔디를 밟았다. 박주영, 기성용, 윤석영, 곽태휘, 정성룡 등 5명은 풀타임을 뛰었고, 박주호(마인츠), 남태희(레퀴야),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진현(세레소) 등도 벤치에서 아자디의 지옥을 경험했다. 한국은 당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서 이란에 0-1 패배를 당했다.
이 중 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등 3명은 지난 2009년 2월 아자디 스타디움서 열린 이란과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서도 풀타임 활약했다. 박주영은 6분을 소화했고, 정성룡과 김창수 등도 벤치에서 선배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당시 한국과 이란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번 이란전서는 이근호,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등 아자디의 지옥을 맛봤던 이들이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 모두 요르단전서 휴식을 취했거나 20여 분을 뛴 게 전부라 체력을 비축한 상태다. 8분을 소화한 구자철(마인츠)과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곽태휘, 김승규(울산), 김진현 등도 출전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험은 무시 못할 요소다. 아자디 선배들이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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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