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대화가 단절된 부녀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17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17년 동안 아빠와 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고민인 딸이 등장했다.
딸은 “중학교 때부터 아빠와 눈도 안 마주치고 말도 안 했다”며 “이유를 모르겠어서 여기에 나왔다”고 전했다.

김태균은 “이유를 물어본 적 없냐”고 물었고 딸은 “아빠는 어릴 때부터 무서운 사람이었다. 함부로 말을 못 하겠다”고 이유를 물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딸은 아빠와 단 둘이 집에 있을 때는 화장실조차 가지 않으며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도 “속병이 난다. 화장실가서 울기도 많이 운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빠 성격이 그렇다. 무뚝뚝하면서, 여자들에게 자상한 걸 못 봤다”고 했다.
이에 등장한 아빠는 예상보다 환한 모습이었다. 아빠는 “내가 무뚝뚝하다. 딸을 마주치면 아는 척 안하고 가는데, ‘말이라도 걸어볼걸’이라는 생각을 하긴 한다. 내가 8남매 2중 둘째인데, 내 아버지도 나에게 말을 안 했었다. 이렇게 사는 게 그러려니 했다”고 말했다.
딸은 “내가 피부마사지사다. 엄마가 허리가 안 좋은 아빠 마사지를 해주라고 해서 내가 마사지를 다 해줬는데도 아무 말 없이 방에 고스톱치러 들어간다. 그럴 때 눈물을 흘린다”며 “어느날은 나도 일이 끝나고 왔는데, 동생 방에만 들어가서 ‘아들 힘들었냐, 고생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도 울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이 보고 있던 TV를 끄고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못 봤다”고 했고, 딸은 “난 그게 들어가서 자라는 말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또 딸이 넘어졌을 때 욕을 했던 것은 “가족이 다치면 화가 난다”는 말로 이들 사이에 쌓인 오해를 알게 했다.
딸은 “손주가 생기면 달라질거다”라는 MC들의 말에 “안 보여 줄 거다”라는 말로 쌓인 감정의 깊이를 드러냈다. 딸은 “노력해보지 그랬냐”는 말에 “아빠 가게에서 서빙도 도와줬다. 아빠 짬뽕이 정말 맛있다. 그런데 내 짬뽕은 오징어 몇 조각 들어있었다. 서운해서 안 먹고 간 적이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재료가 부족해서 그랬다”고 꼬이고 꼬인 일이 많았음을 알게 했다.
아빠는 “딸도, 아들도 예쁘다. 아들은 어려서 더 챙기는 것 뿐이다”고 해명했다. 딸은 모든 일이 오해인 것을 알지만, “내가 상처 받은 게 많아서 내년에 시집이나 가버리고 싶다”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이들 사이에 대화가 끊긴 시점이 공개됐다. 아빠는 “어릴 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말이 끊겼다. 5살 까지는 맨날 업고 다녔다. 그런데 자전거를 태우고 가다가, 자전거 바퀴에 딸 다리가 들어가서 살이 움푹 파였다. 병원에 데려갔어야 하는데, 민간요법으로 했다가 흉이 크게 남았다. 집에 와서 많이 울었다. 딸의 상처를 볼 때마다 내 탓인거 같아 말을 조금씩 하다보니까, 그때부터 말을 안했던 게 지금 이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빠는 “딸이 초등학생일 때부터는 떨어져 살았다. 점점 더 멀어졌다. 딸에게 미안하다. 한번씩 보고 올라올 때는 휴게소에서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딸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건 몰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딸은 아빠가 “딸, 사랑해”라고 말하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들은 124표로 새로운 1승을 차지했다.
이날 방송에는 홍록기, 정가은, AOA 초아, 설현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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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