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는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냈다. 타율 3할5푼6리(418타수 149안타) 40홈런 117타점 103득점 출루율 4할5푼9리 장타율 7할3푼9리 OPS 1.198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그것도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로 출전하면서 말이다.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강정호는 1994년 이종범(해태)의 재림이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화려하게 시즌을 보냈다. 유격수로는 최초로 40홈런을 돌파했고, 3할-100타점-100득점을 처음으로 넘기기도 했다. 그랬던 강정호이기에 당연히 MVP 후보 최종 5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강정호에게는 타이틀이 단 하나 뿐이다. 바로 장타율이다.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강정호다. 타율은 4위, 홈런은 2위, 타점 3위, 최다안타 14위, 출루율 2위, 득점 5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렇지만 정작 장타율 타이틀만 갖게 됐다.

강정호는 장타율 타이틀을 앞세워 MVP 수상에 도전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The-K호텔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MVP와 신인왕, 그리고 각 부문 타이틀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을 거행한다. 최종후보는 강정호, 서건창, 박병호, 밴헤켄(이상 넥센) 그리고 밴덴헐크(삼성)이다.
올해 가장 타석에서 무서웠던 선수를 꼽으라면 강정호다. 타자 생산력을 쉽게 보여주는 OPS 1위가 바로 강정호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올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두 가지 모두 KBO가 수여하는 타이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타자였던 강정호지만 타이틀 운은 없었다.
경쟁자들은 쟁쟁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서건창은 프로야구 역사상 첫 200안타를 돌파하면서 최다안타, 타율, 득점왕에 올랐고 박병호는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밴헤켄은 7년 만에 20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올랐고, 밴덴헐크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왕이다.
표심은 서건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후보선수 모두 평년이었으면 수상이 가능한 성적이지만 올해는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그 가운데 서건창은 프로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달성했기에 유리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정호의 수상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표심이 갈리는 걸 기대해 봄직하다. 사례도 있는데 1985년이다. 당시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4명의 후보를 배출했지만 표심이 갈려 김성한(해태)이 타이틀을 가져갔다. 김성한은 그 해 최다안타와 장타율 타이틀 두 개만으로 MVP를 수상했다.
강정호는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이 유력하다. 과연 해외로 나가기 전 한국 프로야구에서 훈장을 가슴에 달 수 있을까. 아직 강정호는 MVP 수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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