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란전 필승의지를 나타냈다. 승리를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놀음이 아니라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18일 오후 9시5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알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중동의 최강 이란을 상대로 평가전을 갖는다.
해발 12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알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10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들어차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기 때문에 원정팀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특히 이란과 역대전적에서 9승 7무 11패로 다소 열세인 한국은 원정 경기서는 2무 3패로 지난 40년동안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실험을 하는 대신 승리를 거두겠다고 공언했다. 40년 동안 해내지 못한 승리의 기쁨을 맛보겠다는 강한 의지다. 직접적으로 승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 만큼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상황.
지난 2009년 2월 11일 경기를 시작으로 한국은 1승 2무 3패의 저조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역시 이란 원정에서는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2009년 2월과 2009년 6월에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박지성이 각각 골을 터트리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2011년 1월 22일 2011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연장 접전 끝에 1-0의 승리를 거뒀다. 당시 윤빛가람(제주)가 결승골을 터트린 가운데 한국은 의외의 결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후 열린 2차례 경기서는 모두 패했다. 2012년 10월과 2013년 6월에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모두 0-1로 패했다.
이란은 간판 스트라이커 레자 구차네지하드(알 쿠웨이트)와 골 결정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 등 브라질 월드컵 정예 멤버를 모두 소집했다. 실전과 다름없는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만큼 슈틸리케 감독은 최정예 멤버를 총출동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중원을 조율하고 이근호(엘자이시)-손흥민(레버쿠젠)-이청용(볼튼)-남태희(레퀴야) 등이 공격진에서 상대를 휘젓는다. 요르단전에 절반의 성공을 보인 박주영(알샤밥)과 구자철(마인츠)도 출격 대기한다.
지난 요르단과 경기까지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적인 변화를 주며 경기에 임했다. 4-2-3-1 혹은 4-1-4-1 등 새로운 실험을 펼쳤다. 하지만 그동안의 결과를 지켜 본다면 이란 원정은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박지성이 천금 같은 동점골을 뽑아냈을 때 한국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2009년 2월 원정서 한국은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38분 박지성의 동점골이 없었다면 그대로 무너졌다. 당시 한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기성용은 후반 호세인 카에비와 신경전에 말려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성용이 상대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직접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했고 상대 골키퍼가 막아내지 못한 볼을 박지성이 문전에서 달려들며 머리로 집어 넣었다. 헤딩 슈팅이 아니라 머리부터 온 몸을 던진 듯한 모습이었다.
당시도 한국은 최전방에 뚜렷한 공격수가 없었다. 정성훈(은퇴)과 이근호가 전방 공격수로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또 박주영은 후반 막판 투입됐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따라서 기성용과 박지성의 집중력이 없었다면 패배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맛봤던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서는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이 이란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뛰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란이 더 공세를 펼쳤고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체력에서 오는 부담도 이겨내기 위한 것이 정신력이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거리를 뛴 구자철 대신 투입된 윤빛가람이 기적적인 결승골을 뽑아냈다. 연장 전반 15분 윤빛가람이 상대 박스 오른쪽 모서리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다가 한 템포 빠른 왼발 슈팅을 때려 골망을 가른 것. 반대편 골대로 향하는 공을 이란 골키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처럼 이란과 경기는 단순히 숫자놀음이 아니라 정신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승리에 대한 의지를 밝힌 이유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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