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27, 두산 베어스)은 올해 큰 성공을 거뒀다. 타율 3할4푼5리, 12홈런 79타점은 모두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팀의 1번으로 나서며 공격을 풀어나가고 직접 해결하기도 해 국가대표 1번타자로까지 성장했던 한 해였다.
하지만 선수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면만 보이는 법. 민병헌은 “출루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올해 너무 1번 같지 않았다. 좀 더 해야 될 것 같다. 몸무게를 줄이는 것보다는 러닝을 많이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시즌 직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돌아와 이렇게 말했던 민병헌은 현재 팀의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 참가해 땀을 흘리고 있다.
시즌 때와는 생각이 달라졌다. 정규시즌 중간에는 체중을 줄여 가벼운 몸으로 도루를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었다. 민병헌은 이에 대해 “(시즌 중) 몸이 아프니까 방법이 없었다. 운동을 많이 한다고 좋아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감량을 하려고 했는데 다들 만류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감량 대신 선택한 것이 러닝이다.

다음 시즌부터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고, 구단 수가 짝수로 돌아가면서 각 구단이 번갈아 휴식을 취하는 일도 없어졌다. 이에 따라 ‘연습왕’인 민병헌도 고민에 빠졌다. “경기 수가 늘고 3일 휴식도 없어져서 전 경기 출장은 힘들 것이다. 대신 체력을 비축할 때 해주고 연습량도 조금은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생각이 많다. 이번 시즌에는 월요일에도 항상 야구장에 나와 운동을 했는데, 이제 월요일은 쉬어야 하나 싶다”는 것이 민병헌의 생각.
올해 도루 숫자에 만족하지 못한 만큼 도루는 늘리지만, 타격 스타일에는 변화를 주지 않을 예정이다. 민병헌은 “아직도 1번이란 생각이 안 든다. 어느 타순이든 똑같이 칠 것이다. 타격 스타일에 감독님이 맞춰주시는 것 같다. 올해도 괜히 공을 많이 보려다가 안 좋았다. 타석에서 생각할 시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1번 타순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민병헌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위협적인 1번타자의 모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민병헌의 말을 종합하면, 본인만의 타격 특징은 다음 시즌도 지금과 같을 것이다. 다만 본인 스스로 1번 같지 않다고 생각한 만큼 도루 시도에 있어 적극성이 가미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스타일에 전통적인 1번의 덕목인 활발한 주루 플레이가 추가된 더 무서운 '완전체 1번'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최고의 활약을 한 만큼 1번으로 출전할 기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감독은 1번에 민병헌을 고정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부임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타순에는 큰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다. 본인들이 하던 것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는 소신을 보였다.
1번타자의 타격에 대한 의견도 민병헌과 크게 다르지 않다. “1번타자도 좋은 공이 오면 초구부터 쳐야 한다.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1번타자도 초구부터 칠 수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현재 민병헌이 타격에 임하는 모습과도 일치한다. 팀 전체 도루를 늘리겠다는 방침도 뛸 수 있을 만큼 뛰겠다는 민병헌의 바람과 같다.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봤을 때 신임 감독과의 궁합도 좋아 보인다.
마무리훈련의 목표는 배트 스피드 향상이다. 민병헌은 “스윙을 많이 해서 스윙 스피드를 늘리고 싶다. 연습을 할 때 천천히 치면 그게 몸에 밴다. 감독님도 연습 때부터 세게 치라고 하셨다”라며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1주 뒤 한국으로 돌아올 민병헌의 스윙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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