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안녕’, 딸바보 유행에 상처받지 맙시다!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11.18 07: 04

‘딸바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아버지와 딸의 애인 같고 친구 같은 다정한 부녀 사이가 일반적인 관계로 인식된 듯하다. TV에서는 늘 딸을 사랑하는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이 인자한 아버지상으로 등장하고, 그런 아버지의 곁에서 애교 가득한 미소로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딸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흐뭇함을 안기는 이상적인 관계로 정의되고 있다.
‘딸바보’는 단어 그대로, 아버지가 딸에게 주는 내리 사랑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무뚝뚝한 한국 아버지들 가운데 과연 진정한 딸바보는 몇퍼센트나 될지 의문을 남기기도 하지만, 이러한 열풍 속 공개적으로 “내 아버지는 그렇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얼마나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 가운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그래서 상처 받았다고 눈물을 흘리는 용기 있는 딸의 사연이 관심을 끌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17년 동안 아버지와 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고민인 딸이 등장했다. 딸은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살았다고. 이들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엄마가 집에 없으면, 딸과 아버지는 의사소통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딸은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무서웠다고 했고, 아버지는 그게 자신의 성격이라 했다.

때문에 더욱 상처받은 건 엄마였다. 엄마는 “속병이 난다. 화장실가서 울기도 많이 운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빠 성격이 그렇다. 무뚝뚝하면서, 여자들에게 자상한 걸 못 봤다”고 했다. 딸은 더는 이런 관계를 견디기 힘들어 용기를 냈고, 아버지에게 이유를 묻기 위해 ‘안녕하세요’에 출연했다. 
MC들의 도움으로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끌어낸 결과, 아버지가 딸과 대화하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미안함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실수로 어렸던 딸의 다리에 큰 상처를 남겼는데, 볼 때마다 미안해서 점차 시선을 거두게 됐다고 전한 것. 또 딸이 아버지의 무심함에 크게 상처받고 울었던 일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해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던 대화 단절의 시간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아버지는 17년 만에 처음 딸을 바로 바라보며 “딸, 사랑해”라고 말했고, 이는 딸의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다. 겨우 말문을 연 딸은 “듣고 싶은 말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이었다. 대화가 단절됐던 이들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에게 한 말은 그간의 미움과 원망이 아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말. 때문에 이 사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고, 이들은 1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동시간대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홍은희도 아버지와의 냉각기를 전해 시선을 끌었다. 이날 홍은희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 가득한 유년시절을 보냈음을 고백했다. 특히 홍은희는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지 않았던 아버지를 미워하며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고 살았음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원망과 상처로 결혼식에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았던 홍은희는 “제가 서른에 결혼했다면 아버지가 오셨을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던 게 결혼을 등록금 일로 불과 4년만에 결혼했다”며 “그때는 아버지를 부르지 않는 게 어머니와의 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한 불효 중에 가장 큰 불효가 아닐까 싶다”며 결혼식 영상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로 고백했다. 또 홍은희는 이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사랑은 그때그때 표현해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고 부질없어 진다고 조언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팽배하고 가족관계가 붕괴되고 있는 현재, 가족이기 때문에 그 울타리 안에서 당연히 사랑하고 애틋하게 여기고, 아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됐고, 이는 사이좋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딸바보’라는 신조어로 특별히 정의하는 것이 반증하고 있기도 하다. 사랑보단 원망이 가득 찼던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인정하고, 그 문제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움직임은 그 결심을 담은 첫 발걸음만으로도 무너진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날 방송은 많은 시청자에게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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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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