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24, 신한은행)가 점점 막을 수 없는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인천 신한은행은 17일 오후 7시 도원체육관에서 개최된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청주 KB스타즈를 62-57로 물리쳤다. 이로써 4승 1패의 신한은행은 선두 우리은행(5승)과의 승차를 1경기로 줄이며 단독 2위가 됐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김단비였다. 1쿼터 신한은행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 때 김단비는 저돌적인 돌파로 효율적인 공격을 성공시켰다. 변연하 등 자신보다 체격이 작은 상대가 수비하면 곧바로 골밑으로 파고들었다. 상대를 압도하는 체격과 파워를 앞세운 김단비의 돌파는 마치 남자선수를 연상시켰다. 신한은행의 인천 첫 득점도 김단비의 바스켓카운트였다.

더 대단한 것은 리바운드다. 이날 김단비는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리바운드를 따냈다. 신한은행이 전반전 내내 밀리면서도 3쿼터 반전에 성공한 계기도 김단비의 리바운드에 이은 최윤아의 속공이었다. 이날 김단비는 무려 1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프로데뷔 후 최고기록을 작성했다.
올 시즌 김단비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는 득점(15.4점, 4위), 리바운드(9.2개, 1위), 블록슛(0.8개, 5위), 출전시간(36분 33초, 2위)에서 모두 5위 안에 속한 리그 유일한 선수다. 득점 5걸 중 국내선수는 김단비가 유일하다. 리바운드는 외국선수를 포함한 전체 1위다. 이만하면 가히 WKBL의 르브론 제임스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실력이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김단비는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어느덧 프로 8년차의 베테랑이 됐지만 신체적으로 지금이 전성기다. 파워는 유지하면서 플레이에 노련미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정인교 감독은 “김단비가 아시안게임을 갔다 와서 금메달 딴 이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이제 자신의 운동기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안다. 리바운드가 상당히 좋아졌다. 아시안게임의 성과”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리바운드 비결에 대해 김단비는 “감독님이 좋게 이야기해주시니 리바운드 욕심이 난다. 감독님이 (출전시간) 조절을 잘해주셔서 무릎이 좋아져 적극적으로 점프하고 몸싸움도 한다”고 밝혔다.
외국선수가 다시 도입됐을 때 김단비는 외국선수에게 의존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팀내 득점 1위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정인교 감독은 “공을 많이 소유하지 않는 외국선수들과 뛰면서 (김단비의) 롤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단비는 “내 단점이 공 없을 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트릭렌은 공을 많이 만졌는데 지금 크리스마스나 브릴랜드는 공격을 뛰어나게 안하고 궂은일을 잘해준다. 수비도 좋다. 그래서 내가 움직이는 범위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최윤아, 하은주와 함께 김단비는 신한왕조의 주역이다. 인천에서 새롭게 출발한 신한은행 제2의 전성기는 이제 김단비가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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