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성대 때보다 수비 못한다?".
한화 김태완(31)의 수비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던 김성근(72) 감독의 한마디를 보면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떤지 유추할 수 있다. 김태완이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었던 2003~2004년, 김 감독은 2년간 야인으로 지내며 성균관대의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다. 이 기간 김 감독이 주의 깊게 지켜본 선수 중 하나가 김태완이었다.
김태완은 "감독님을 처음 뵌 것이 아마 고교 3학년 시절 예비 대학생으로 성균관대에 갔을 때였다. 감독님이 LG에서 나오시고, 일본 지바 롯데로 가기 전까지 인스트럭터를 하시며 지도를 받게 됐다"고 기억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2014년 가을, 한화에서 감독과 선수로 연을 맺게 됐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김 감독은 성균관대 시절처럼 김태완을 맹훈련시키고 있다.

김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에도 김태완에 대한 호감을 수차례 나타낸 바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근 2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한 김태완이기에 그를 잘 아는 김 감독이라면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김 감독은 김태완을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최근 왼 손목이 안 좋지만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펑고를 받고 있다. 얼리워크에 엑스트라까지 빠지는 훈련이 없다.
김태완은 "솔직히 훈련을 따라가기 버거운 것도 있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던 어릴 적보다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소화하려 한다"며 "내가 원래 잘하는 수비는 아니었는데 워낙 못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된 게 있었다. 감독님이 보실 때 정말 못해 보일 것이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강훈련에도 김태완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생기가 넘친다. 그는 "김성근 감독님과 만나 기대되는 건 있다. 뭔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며 "지난 2년 동안 타격폼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솔직히 지금은 내 폼이라는 게 하나도 없다. 아예 없다. 감독님이 타격을 잘 아시니 시키는 대로 따라가 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 훈련에서도 김태완을 지켜보며 1대1 집중 레슨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태완은 진심으로 마지막이란 각오를 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안 되면 후회가 없을 듯하다. 흐지부지하게 오래 선수생활 할 생각은 없다. 1~2년 더하려고 2군에 있는 건 싫다"며 "이번에 베스트로 최대한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것이다"고 말했다. '너무 독한 각오가 아니냐'는 말에 김태완은 "그러니까 이 훈련을 따라가지, 안 그러면 못한다"고 웃었다.
마지막이란 각오로 절박하게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김태완. 다시 만난 김성근 감독이 그에게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가보나 한 번 해보겠다. 감독님 믿고 따라가겠다"는 것이 김태완의 말. 김성근 감독은 "김태완을 살리고 죽이는 것을 떠나 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펑고 배트를 들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