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돈벌이 아닌 비즈니스 동반자” [韓예능 中한류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1.19 08: 42

“우스갯소리로 내일 베이징에서 보자는 약속은 오케이(OK)해도, 강남에서 보자고 하면 길 막혀서 못 간다고 해요.”
이민호 MBC 예능2국 해외제작부 부장은 1주일의 5일을 중국에서 보낸다. MBC ‘테마게임’으로 입봉한 그는 이후 다수의 MBC 글로벌 프로젝트를 도맡아 진행한 글로벌 콘텐츠 전문가다. 현재 중국 베이징위성TV와 합작으로 복싱 버라이어티 ‘용감적심’을 공동제작 중이다. 덕분에 올해 7월부터 매주 중국과 한국을 오가고 있다. 그는 “젊었을 땐 일본에서 프로그램을 배우고, 이젠 중국과 공동제작을 하는 유일한 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상암MBC를 찾은 날, 이 부장은 다음날 출국을 앞두고 미팅과 업무로 정신없었다. MBC가 상암에 신사옥을 연 지 벌써 세 달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사무실이 익숙지 않다며 이곳저곳을 헤맸다. 그의 휴대전화는 쉼 없이 울렸고, 그를 찾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급성장 중인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대해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MBC와 베이징위성TV가 공동제작한 ‘용감적심’이 지난 10월 5일 중국에서 첫 방송됐다. 반응이 어떤가.
“1회 시청률은 예상했던 것보다 낮았다. 2회 때 올랐다. 중국에서 큰 규모의 위성TV들은 시청률 1%로 승패 여부를 가리는데 1.69%를 기록했다. 베이징위성TV의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하더라.”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 ‘아빠!어디가?’는 중국에 포맷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용감적심’은 공동제작이다. PD와 작가들이 중국에 머물며 중국 제작진과 함께 만든다. 판권 판매에서 공동제작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있나.
“‘아빠!어디가?’는 포맷 판매 치고는 많이 받은 편이다. 물론 후난위성TV는 그것보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자극제가 됐다. 포맷만 팔아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국 쪽에서도 공동제작을 선호한다. 중국에서 포맷 수입은 한 방송국 당 1년에 1개만 가능하다. 제한이 있다 보니 공동제작을 원한다. ‘용감적심’의 경우 중국 제작진이 우리에게 스포츠버라이어티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고, 기획 단계에서 우리가 투입됐지만 구체적인 포맷은 중국 제작진이 만들었다. 수익 분배는 물론 해외 판권도 MBC와 베이징위성TV가 공동 소유한다. 바람직한 모델이 아닐까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국내 제작진이 참여했나. 그룹 2PM의 닉쿤이 출연하는데 캐스팅에도 참여했나.
“우리는 중국 연예인을 모르지 않나. 중국 제작진이 캐스팅했다. 중국에선 CP의 개념이 없어 나는 총연출로 불리고, 촬영이나 후반 작업 등 실질적인 제작에선 신정수, 안수영, 조욱형PD가 고생했다. 언어적인 차이가 가장 큰데, 자막을 달려면 최소 2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에선 지금이 예능프로그램이 피어오르는 시기인데, 숙련된 인력이나 시설적인 부분은 아직 부족하다. 그럴 때 제작진이 몸으로 때워야지. (웃음) MBC와 오래전부터 협력해오고 있는 후난TV 같은 경우는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잘 구비돼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본질은 웃음인데, 공동제작을 하다보면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정서적 차이부터 시작해 한국과 중국은 굉장히 다르다. 현지 스태프들의 조언을 항상 듣는 것이 방법이다. SBS와 저장위성TV와 공동제작한 중국판 ‘런닝맨’(중국명 달려라 형제)은 기존 포맷이 있지만, ‘용감적심’은 포맷이 없는 상태에서 함께 만들어 갔다. 중국 제작진의 의견을 듣는 게 가장 중요했다. 중국은 도시와 농촌, 또 성마다 다른 나라다. 함부로 ‘중국은 이렇다’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중국에선 이런 게 통한다, 혹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다만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보다 독한 것을 원하는 경향은 있다. 그쪽 방송 광고시장도 온라인 광고시장에 위협을 받고 있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중국과 한국의 방송 환경이나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가.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양국 프로그램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르다. 중국은 구조적으로 광고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본주의화 되어 있다. 간접광고(PPL)나 중간광고가 전면 허용된다. 메인 스폰서를 방송 화면에 그대로 내보낼 수 있다. 우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예능프로그램이 시즌제인 까닭도 광고와 연관이 돼있다. 회계 분기에 맞춰 프로그램이 계획되고, 그래서 보통 한 시즌에 12회에서 15회 정도로 구성된다.”
=규제가 많을 것 같은데, 의외다.
“물론 중국도 내용적인 면에서 지켜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광고 시장에 한해선 한국은 통제가 많다면, 중국은 그렇지 않다. 프로그램에 따라 투자 설명회를 하고 광고주를 끌어 모아 스폰서를 정한 후에 프로그램이 제작된다. 제작비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이유다. 요즘 광고주들이 드라마보다 예능을 선호한다. 드라마는 전작제인데 예능은 그렇지 않다.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제작할 수 있다. 또 최근 중국 정부에서 드라마를 줄이면서 예능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
=국내 방송가에 도입하고 싶은 중국 방송가의 ‘무엇’이 있다면?
“시즌제다. 지상파에서도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시즌제를 할 수 있다면 규모를 키울 수 있고, 홍보에서부터 역량을 총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광고시장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더라도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 거다. 국내 예능프로그램 좀 더 발전하려면 시즌제 대형 예능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처럼 매주 프로그램이 나가는 시스템으론 힘들다.”
 
=중국 방송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까. 한국이 일본 프로그램을 많이 참고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한중 관계도 그렇지 않겠나.
“지금은 중국이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배우려고 하는 시기다. 중국이 향후 우리를 빠르게 쫓아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실한 점은 배워서 따라오겠다는 욕심은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중국은 문화콘텐츠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직 낮은 편이다. 시장은 좀 더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서로 윈윈(win-win)을 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수익 모델을 같이 만들어 가면 함께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저 돈만 벌겠다는 생각이면, 좋은 파트너십이 생길 수 없다.”
 
=개인적 질문이다. 어떻게 글로벌 콘텐츠 쪽으로 활동하게 됐나.
“사실 코미디와 시트콤을 많이 했다. 운 좋게도 한류가 한창 꽃을 피우던 시기에 ‘음악중심’ CP를 만 3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류 콘서트를 할 기회가 많았고, 해외를 자주 왕래했다. 해외를 매번 가는 ‘느낌표-아시아 아시아’란 프로그램도 만들었고, ‘위대한 탄생’ CP일 땐 Mnet ‘슈퍼스타K’와 차별화를 두려고 해외 오디션을 진행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외 관련 업무를 많이 했다. 중국에 처음 간 것은 시트콤 때문이었다. 2013년에 저장TV에서 시트콤을 하고 싶다고 MBC를 찾았고, 때문에 1년 정도 중국에 머물며 자문을 맡았다. 작년부터 연초와 연말 한두 달을 빼곤 1주일에 4~5일 중국에서 보내고 있다.”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어려움은 없나. 
“업무적으론 똑같다. PD가 프로그램 만드는 거 아닌가. 인터넷만 되면 중국에서도 한국 업무를 다 볼 수 있다. 5,000만 인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니까 흥분된다. 나와 후배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중국 전역에서 방송되고, 누군가는 감동 받는다는 것 자체로 흥미롭다. 우리는 한동안 일본으로부터 배우기만 했다. 그러다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세대는 우리밖에 없을 거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 운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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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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