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예능PD들, 왜 중국으로 가는 걸까 [韓예능 中한류④]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1.19 08: 42

중국은 국내 문화산업에 있어 중요한 존재가 됐다.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차이나 머니’는 영화, 가요, 방송 등 전 분야에 스며들고 있다.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이 주목 받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큰 인기를 누린 MBC ‘아빠!어디가?’다. 후난위성TV에서 제작된 중국판 ‘아빠!어디가?’는 대륙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수많은 국내 예능프로그램들이 날개 돋친 듯 중국 위성TV로 팔려나갔다.
올해는 그 형태가 공동제작으로 진화했다. 신문출판광전총국이 위성TV가 매년 구입할 수 있는 해외 예능 포맷을 1편으로 제한하면서 등장한 그들의 자구책이다. 국내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PD들이 줄줄이 중국을 찾는 이유기도 하다.

◇ 왜 한국 예능프로그램인가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예능프로그램 다수가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포맷을 기반을 두고 있다. ‘아빠!어디가?’ ‘런닝맨’ 등 주로 야외버라이어티다. 스튜디오예능이 발달한 중국에서 아직은 신선한 영역이다. 중국을 찾은 국내 제작진이 ‘중국 연예인들이 잘 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는 이유도, 실제 성격을 드러내야 하는 야외버라이어티가 중국 스타들에겐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과 유럽, 일본이 아닌 한국 예능일까. 전문가들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국내 예능의 정서가 그들의 가치관과 부합되는 면이 있다고 판단한다. ‘아빠!어디가?’는 물론 강소위성TV에 포맷이 판매된 MBC에브리원 ‘우리 집에 연예인이 산다’(이하 우연산)나, JTBC ‘대단한 시집’을 카피한 동일채널 위성TV의 ‘명성도아가’ 모두 가족애를 중심으로 한다. 
◇ 왜 공동제작인가
중국판 ‘런닝맨’은 저장위성TV와 SBS가 공동제작했다. 포맷이 존재하는 프로그램만 해당되지 않는다. 베이징위성TV 스포츠버라이어티 ‘용감적심’은 MBC와 공동제작한 프로그램이다. 공동제작은 바이블(일종의 제작매뉴얼)과 관련 인력을 공유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판권과 추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함께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방송사는 빠른 시일 내에 야외버라이어티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익히고, 국내 방송사는 새로운 수입원을 얻는다. 윈윈(win-win)하는 길이다.
물론 중국 시장이 무조건 핑크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거나 기대에 못 미칠 때도 있다. 이민호 MBC 예능2국 해외제작부 부장은 “군소 제작사나 2급 위성TV 등과 손을 잡을 경우 기대한 수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국 시장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중국 시장을 찾는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이를 채워줄 콘텐츠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동제작, 무엇이 중요할까
‘현지 제작진에게 귀 기울여라.’ 중국에서 공동제작에 참여한 PD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다. 제 아무리 국내 예능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사랑받는다 해도,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촬영, 후반작업까지 열린 마음으로 현지 출연진과 스태프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은 이렇다’는 편견을 버리고, 바이블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즉 유연하게 사고하라는 이야기다. ‘우연산’ 시즌1을 연출한 권영찬 MBC플러스미디어 PD는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세부적인 내용은 현지 정서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 베끼기, 이대로 괜찮을까
권영찬PD는 원래대로라면 ‘우연산’의 플라잉PD로 지난 7월 중국으로 떠나야 했다. 하지만 타 위성TV에서 ‘우연산’을 무단으로 베낀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제작이 연기되면서 그의 출국도 일단 미뤄졌다. 국내배우 추자현이 출연하는 ‘명성도아가’는 ‘대단한 시집'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정식으로 포맷을 구입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런 피해 사례가 사실상 각 방송사마다 있지만, 이렇다 할 대처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국내 방송사만 해도 포맷이 유사한 아류작이 나타난다한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드물다. 권영찬PD는 “대응하는 데 시간과 노력, 비용이 상당히 든다. 결과적으로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고, 그것마저 상대방에 대한 노이즈마케팅이란 판단이 들어 대응 자체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 그래도 매력적인 시장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을 중국 방송시장은 173억 5,400만 달러(한화 19조772억)의 규모다. 국내와 비교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주목할 것은 성장률로, 2017년까지 연평균 11.5%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가능성이 풍부한 시장이지만 아직까지는 자체 콘텐츠 제작력이 부족한 상태. 때문에 국내 포맷을 구입하고, 국내 인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에 국내 제작진들은 놀라움을 표현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프로그램 표절이 심각하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던 국내 방송가다. 권PD는 “1세대 PD들은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벤치마킹을 했다면, 2세대에 와서는 외국 포맷을 구입했다. 지금처럼 우리가 포맷을 팔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며 “콘텐츠마켓에서 미국 제작진이 공동제작을 제안한 적 있다. 아시아 정서를 잘 모르니까 함께 포맷을 만들어 전 세계를 공략하자는 거였다. 국내 콘텐츠나 제작진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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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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