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치고, 던지고, 달리는 종목이다. 치고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리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렇다면 SK에서 가장 빠른 선수는 누구였을까.
지난달 26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SK는 13일 선수들의 가을캠프 단거리 기록을 쟀다. 30m, 70m, 100m까지 세 번에 걸쳐 측정을 완료했다. 야수 21명이 이 ‘달리기 대회’에 참여했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측정이 마무리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이 대회에서는 새로운 스타가 출현했다. 2013년 신인지명회의에서 SK의 4라운드 지명을 받은 이진석이 번개 같은 스피드를 자랑했다. 이진석의 100m 기록은 11초55. 그간 SK에서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알려진 박계현(11초75), 김재현(11초93)보다도 더 일찍 100m를 주파했다. 김재현의 경우는 몸이 썩 좋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새로운 강자의 등장이다.

한 관계자는 “뛰는 폼도 그렇고, 그렇게까지 빨라 보이지는 않는데 뛰다 보니 빨라져서 다들 놀랐다”라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역시 빠른 발을 자랑하는 이명기는 “나는 우리 팀에서 빠른 축에도 못 든다. 이진석이 1등”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야구에서 100m 기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플레이와 가장 직결될 수 있는 30m 기록은 어땠을까. 역시 이진석이 3초79로 가장 빨랐다. 박계현(3초90) 김재현(3초91) 역시 3초대에 들어왔다. 70m에서는 이진석이 8초24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박계현이 8초37로 뒤를 따랐다.
김용희 감독은 뛰는 야구를 추구한다. 한국프로야구에 최초로 초시계를 도입해 체계적인 주루 플레이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도 유명한 김용희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도 “캠프에서 정해진 것은 별로 없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내년에 많이 뛸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한 달리기 기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 때 기동력 야구의 대명사 중 하나로도 불렸던 SK는 최근 들어 기동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 도루 개수는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만한 파급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도식화된 도루가 많았고 뛸 수 있는 선수들도 한정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발에 주목하고 있다. 투·타는 필연적으로 슬럼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발은 상대적으로 그 슬럼프를 덜 탄다는 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자원들도 있다. 이진석을 비롯, 박계현 김재현 이명기 등은 김 감독이 추구하는 뛰는 야구를 실현시켜 줄 적임자들이다. 박계현은 1루에서 2루까지 아홉 걸음에 닿을 수 있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몇 안 되는 선수다. 이명기는 김 감독이 “무조건 20도루 이상을 해야 할 선수”라고 평가하고 있고 김재현은 오히려 직선거리를 달릴 때보다 베이스를 밟고 달리는 기록이 더 빠른 대표적인 준족이다.
한편 베테랑 선수들의 기록도 눈에 들어온다. 이번 훈련을 앞장 서 이끌어가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도 남부럽지 않은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야수 최고참인 안치용의 100m 기록은 12초33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 외 박정권(12초37) 김상현(12초98) 박재상(12초89) 이대수(12초89) 등 30대 선수들이 대부분 12초대에 100m를 주파했다. 박정권의 경우는 30m, 70m, 100m에서 모두 상위권이었다. 솔선수범, 그리고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의 심장을 느낄 수 있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