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역시 서건창(25, 넥센)이었다. 평소 눌변인 듯 말수가 적은 서건창이었지만 이날 만은 달랐다. 달변 이상이었다.
서건창은 18일 서울 양재동 더 K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MVP와 타격 3관왕(안타, 타율, 득점)을 독식했다. 대상을 수상한 가운데 유효표 99표 중 77표의 압도적인 표를 가져갔다.
서건창은 작심한 듯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의외였다. 서건창은 평소 그라운드에서 말수가 극도로 적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달변이라기보다는 눌변에 가까웠다. 신고선수로 출발해 MVP가 되기까지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뽐낸 그였다.

하지만 MVP 시상식에서 주인공은 서건창. 서건창은 “‘백척간두진일보’라는 말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한 계단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백척간두진일보’는 불교에서 자주 쓰이는 말. 당나라 고승 장사스님의 말로 알려져 있다. 1척은 약 30cm. 100척은 약 3.3m 높이다. 3.3m 대나무 장대 끝에 선 채로 앞으로 한 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앞서 서건창은 “2년 전에 이 자리에 섰을 때 굉장히 떨렸다. 오늘은 좀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떨린다.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했다. ‘주마등’이라는 표현을 쓰며 신고선수에서 MVP까지 온 과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서건창은 끝으로 히어로즈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팬들을 흥분시키는 선수가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만큼은 서건창의 말솜씨도 MVP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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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