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역사왜곡이냐 극적장치냐, '비밀의 문' 딜레마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11.19 07: 08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의 사도세자 이제훈이 드디어 큰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바로 과거제도 개혁에 관한 것. 신분제를 뒤흔들 수도 있는 이 개혁안은 드라마의 극적 장치이기도 하지만, 드라마와 역사가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비밀의 문' 18회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과거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자 주장하는 사도세자 이선(이제훈 분)과 이를 용납치 않는 영조(한석규 분)의 갈등이 그려졌다.
이선이 주장하는 과거제도는 영조의 걱정처럼 조선이라는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양인이 아닌 백성이 관복을 입게 되고 그 수가 늘어난다면 조선의 신분제도 자체가 부정될 수 있었다. 당연히 영조는 신분제도의 혼란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선은 이에 "왕실의 권위는 백성의 존중과 신망에서 나온다"며 "그렇지 못한 왕실은 존속할 가치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극 중 이선은 공화정을 주장하는 인물이라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 등장한 이선의 생각과 행동은 그러한 설정을 구체화했다. 전부터 이 대목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비밀의 문'이 팩션 사극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하더라도, 조선시대, 그것도 무척이나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인 사도세자가 공화주의자라는 설정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비밀의 문'은 분명 역사를 기초로 한 그러나 분명히 허구가 섞인 팩션 사극이다. 긴장감을 높이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극적 장치는 필수다. '비밀의 문'의 관전 포인트는 영조와 이선의 갈등이고, 이를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는 진보적인 이선과 왕권을 지키려하는 보수적인 영조의 대결이다.
여기서 '비밀의 문' 앞에 놓인 딜레마가 드러난다. 극적 장치가 자칫 역사 왜곡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 '비밀의 문'이 택한 이선의 진보적 성향은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나간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드라마의 재미가 늘어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일부 시청자들은 사극으로 역사를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시절 TV 앞에 모여 앉아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등을 시청했던 이들이라면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드라마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역사적 지식의 일부를 이 드라마들로 채웠다.
그런 사극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비밀의 문'이 처한 딜레마는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비밀의 문'이 서 있는 길의 양 끝에는 역사 왜곡과 극적 장치라는 극과 극의 선택지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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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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