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SK가 긍정적인 전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직 속단은 이르지만 내년에 핵심적인 몫을 해야 할 선수들의 몸 상태가 순조롭게 반등하고 있어서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대한 배려하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SK는 이번 캠프의 화두를 ‘회복’으로 잡았다. ‘지옥훈련’이 화제를 부르는 추세지만 김용희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선수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무리한 훈련을 하지 않는 대신 선수들이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웨이트트레이닝 및 회복 훈련에 많은 시간을 배정해 놨다. 야간에 이어지는 특강은 정신적인 측면의 회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가운데 코칭스태프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역시 재활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야수 쪽에는 특별한 부상자가 없지만 투수 쪽에 적잖은 재활 선수들이 있다. 박희수 윤길현 윤희상이라는 핵심 선수들이 회복 훈련에 매진하고 있고 엄정욱 이건욱 서진용 등도 재활군에 분류되어 있는 선수들이다. SK는 올해 마운드 붕괴에 애를 먹었고 결국 4강 진입에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선수들의 재활 농사가 내년 성적에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행히 선수들의 몸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 두 차례나 타구를 맞은 끝에 시즌아웃되는 불운을 겪은 윤희상은 의학적인 재활은 모두 끝냈다. 현재는 오른손의 근력을 보강하는 단계다. 나머지 부분은 부상 중에도 꾸준히 운동을 한 만큼 손에 근력이 붙으면 모든 재활 과정이 끝난다. 허재혁 SK 컨디셔닝코치는 “현재 추세로는 내년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으로 가세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길현은 시즌 막판 통증을 느꼈던 어깨 부위를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현재 훈련 단계를 최대한 조절하며 서두르지 않는다는 심산이다. 지난해 SK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아 큰 기대를 모았던 이건욱은 예상보다는 재활이 늦어졌다는 평가다. 그래도 3주 정도면 하프피칭을 소화할 수 있고 내년 3월이면 정상적인 투구가 가능해진다. 또 하나의 기대주인 서진용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잠시 재활군에 있었다. 다만 어디가 많이 아파서라기보다는 팀의 관리 차원이었다. 역시 내년 스프링캠프 참여에는 문제가 없다.
장기간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엄정욱도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다른 투수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완쾌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아주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허 코치는 “장기 부상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관건”이라며 응원했다. 어깨 부상으로 시즌 중반 이탈한 박희수도 재활 경과를 지켜보는 과정에 있다. 계속 검진을 받으며 내년 초 복귀를 목표로 구단에서 신중한 관리를 하는 중이다. 군 복무로 2년의 공백이 있었던 정우람은 쾌조의 컨디션이다. 이번 캠프에서 "공이 좋다"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활과의 전쟁은 마무리훈련으로 끝나지 않는다. 12월경 괌 재활캠프가 예정되어 있다. SK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로 이어진 괌-사이판 재활캠프를 통해 투자 이상의 이익을 봤다. 윤길현 이재원 이명기 등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했던 선수들의 복귀 시점이 당겨질 수 있었다는 자체 판단이다. 아직 명단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올해도 투수를 위주로 괌 재활캠프를 마련해 효율적인 재활을 뒷받침한다는 생각이다. 쉽게 끝날 전쟁은 아니지만 조금은 잦아드는 포성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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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