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해왔던 일에서 잠시 손을 뗐다. 그리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할 수밖에 없다. 박경완(42) SK 육성총괄도 마찬가지다. 첫 과제는 컴퓨터 정복이다. 농담 삼아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박경완 총괄이지만 차근차근 부딪혀보겠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올해 지도자로 변신, SK 퓨처스팀(2군) 감독을 맡았던 박 총괄은 1년 만에 보직을 바꿨다. 최근 구단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육성 파트의 책임자가 됐다. 단순히 선수를 키우는 보직이 아니다. 스카우트, 재활 등 전반적인 부분까지 모든 것이 박 총괄의 책임이다. 선수를 뽑고, 기르고, 몸까지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연속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 막강한 권한만큼 업무의 난이도도 높다. 한 구단 관계자는 “1군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아우른다고 보면 된다”며 구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설명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자리를 놓고 고민이 많았던 박 총괄이다. 유니폼을 벗는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아마부터 시작, 3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라운드와 함께 했던 박 총괄이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박 총괄은 “현장에 있는 것이 젤 좋기는 하다. 처음에는 육성총괄이라는 보직도 낯설었다”라고 했지만 “경험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부분을 접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면도 짚었다.

그런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다보니 난관도 만만치 않다. 야구에만 전념한 세월이 워낙 길다보니 다른 것을 접해볼 시간이 부족했다.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다. 박 총괄은 “처음에는 타이핑도 힘들더라. 아직도 독수리 타법이다”라고 껄껄 웃었다. 보고할 것도 많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은 보직인 만큼 워드 등 다양한 응용프로그램도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박 총괄에게는 낯선 영역이기만 하다. 요즘 박 총괄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컴퓨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현역 시절의 열정을 프런트 신분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박 총괄이기에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는 과제다. 요즘에는 업무를 배우면서 이 자리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넓은 시야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그 시야에 들어오는 세계도 흥미롭다는 게 박 총괄의 설명이다. 이를 설명하는 목소리에는 ‘초보 프런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박 총괄은 “막상 해보니까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가지 분야를 보게 되더라. 현장과 바깥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라면서 “김용희 감독님의 지도방식을 보면서 또 많은 것을 배운다. 이번에는 마무리훈련에 와서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현역 때 마무리훈련 경험이 별로 없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다보니 몸이 두 개라도 바쁜 것이 사실이다. 박 총괄은 마무리훈련의 시스템을 직접 배우기 위해 7일 일본 가고시마를 찾았다. 원래는 3박4일 일정으로 10일 귀국 예정이었다. 그런데 업무가 많다보니 체류 기간이 연장돼 19일에야 한국으로 들어간다. 배팅볼 투수들의 피로도를 덜어주기 위해 거의 매일 400개 이상의 배팅볼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쉴 시간이 없다. 박 총괄은 “들어가도 하루밖에 못 쉰다. 스카우트 업무를 배우기 위해 다시 출장을 가야 한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싫지 않은,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더 큰 무대를 향한 박 총괄의 도전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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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