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SK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의 답은 마치 사전에 맞추기라도 한 듯 똑같았다. 두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다름 아닌 정상호(32, SK)였다. 가장 기대할 만한 선수로 주저 없이 정상호를 뽑은 이들의 확신에서 팀이 거는 큰 기대치를 실감할 수 있다.
SK는 지난달 26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선수들, 그리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마무리훈련의 실익이 없는 선수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수들이 가고시마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주축급 선수들도 전원 합류했다. 이 중 코칭스태프의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선수가 바로 정상호다. 김 감독은 “정상호의 타격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했다. 김 코치는 “장타력 부분에서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라며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정상호는 SK의 안방마님으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다. 이재원이 급성장하며 올 시즌 포수 마스크를 나눠 쓰기는 했지만 수비력과 경험에서는 정상호가 아직은 더 낫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박경완(현 SK 육성총괄)이라는 당대 최고의 포수의 그늘에 다소 가려 있기는 했으나 동산고 시절 초대형 포수감으로 각광받으며 2001년 SK의 1차 지명을 받았던 그 잠재력은 아직 유효하다. 어느덧 748경기가 된 통산 출전수에서 보듯 이제는 경험도 풍부한 축에 속한다.

올 시즌에는 투수 리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린 투수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스스로 연구를 많이 했다. 여건욱의 체인지업을 부활시킨 것도 정상호의 조언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제는 투수 중 상당수가 후배들인 만큼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한다. 정상호는 시즌 중 “투수 리드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공을 던지는 것은 투수인 만큼 자신감 있게 던지라고 많이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의 리더로서의 자질도 엿보이는 이야기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큰 단점을 찾기 어려운 선수다. 그런 정상호에게 코칭스태프가 걸고 있는 것은 역시 공격이다. 정상호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부럽지 않은 당당한 체격조건(187㎝/98㎏)을 가지고 있다. 힘은 자타가 공인하는 장사다. 그러나 최근 타격에서는 그런 천부적인 조건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도 100경기에서 타율 2할3푼8리, 9홈런, 39타점에 머물렀다. “걸리기만 하면 넘어갈 텐데…”라고 입을 모으는 구단 관계자들의 아쉬움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타격에서의 향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2009년 101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12홈런을 치는 등 충분히 타격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 김용희 감독은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선수다. 타격도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 장타력 부분에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했다. 김무관 코치는 “중장거리, 큰 것을 칠 수 선수다. 내년에 기대가 많이 되는 선수”라며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정상호는 부상으로 자신의 재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로도 평가된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흐름이 뚝뚝 끊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비교적 건강하게 한 시즌을 소화했다. 현재 마무리훈련에서의 페이스도 괜찮다. 시즌 막판 정상호를 고생하게 한 눈병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내년 준비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상호는 내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근사한 동기부여다. 정상호의 내년에 큰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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