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2명 배출' 애리조나 322호실의 기적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11.19 06: 18

지난 2012년 1월.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시 넥센 히어로즈 스프링캠프에는 낯선 얼굴이 있었다.
당시 신고선수로 팀에 갓 들어온 내야수 서건창(25)을 3살 선배 박병호(28)는 살뜰히 챙겼다. LG 트윈스 2군 시절 잠깐 본 인연이지만 꼭 잘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후배가 같은 팀에 들어온 순간 박병호는 룸메이트로 점찍었다. 두 선수는 애리조나 숙소 322호실에 같이 '야구 살림'을 차렸다.
둘다 낯선 팀이긴 마찬가지였다. 이전해 7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먼저 팀을 옮긴 박병호도 새 팀에서의 첫 캠프였고 서건창은 정식 등번호도 없이 111번을 단 신고선수였다. 두 선수는 2월 일본 캠프에서도 룸메이트를 이어갔다. 서건창이라는 선수를 눈여겨보고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던 당시, 박병호는 전화기를 뺏어들고 "이 선수는 꼭 잘돼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두 선수는 그 해 나란히 시상식을 휩쓸었다. 박병호가 2012년 생애 첫 홈런왕 포함 타격 3관왕으로 MVP를 수상했다. 누구도 가능하다 믿기 힘들었던 '한때 통산 1할' 그의 성공이었다. 서건창 역시 그해 인상깊은 활약으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두 선수 모두 뿌듯함에 서로를 축하했다.
형은 먼저 앞서나갔다. 박병호는 지난해 역시 타격 3관왕을 굳게 유지하며 홈런타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졌다. 2년 연속 MVP라는 쾌거도 이뤄냈다. 이제 박병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면 동생은 부상에 잠시 주춤했다. 잘해보려는 마음은 부담이 됐다.
그런데 1년만에 '형만한 아우'가 나타났다. 그 정도 일에는 결코 절망하지 않았던 서건창이 겨우내 훈련한 타법으로 올해 리그를 주름잡았다. 서건창은 역대 최초 시즌 200안타를 돌파하며 온갖 기록을 다시 작성했다. 타격 3관왕은 올해 서건창의 몫이었다. 박병호도 11년 만에 50홈런을 넘어서며 화려한 시즌을 보냈으나 모두들 더욱 큰 고난을 이겨낸 아우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1월 애리조나 캠프에서 두 선수는 함께 메이저리그 TV를 틀어놓고 야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새 팀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한 두 선수가 3년 동안 리그의 최고 자리를 나란히 차지하며 애리조나 룸메이트의 기적을 완성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주어진 달콤한 열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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