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스토브리그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양상문 감독이 직접 도니미카로 출국, 레다메스 리즈의 복귀를 추진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LG에 있어 리즈 복귀는 스토브리그 1순위 과제였다. 리즈는 2011시즌부터 3년 동안 94경기 518⅔이닝을 소화하며 26승 38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특히 2013시즌에는 32경기 202⅔이닝을 던지면서 10승 13패 탈삼진 188개 평균자책점 3.06을 찍었다. 당해 이닝과 탈삼진 부문 리그 1위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을 체결, 4년 연속 LG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리즈는 2014년 1월 중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합류 직후 오른쪽 무릎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복귀까지 4개월이 필요했고, LG와 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리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 5월말부터 더블A 무대에 나서며 실전에 들어갔다. 7월말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나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해 4승 0패 평균자책점 1.90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리즈의 합류는 LG에 천군만마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2015시즌 휴식기 없이 144경기를 치르는 상황에서 이닝이터 리즈의 합류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었다. 4일 휴식 후 등판에도 능하기 때문에 불펜진 소모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물음표가 붙었던 컨디션 또한 전혀 문제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 감독은 리즈의 컨디션을 두고 “몸 상태도 아무 문제없는 것 같더라”고 기대한 바 있다.
사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리즈 복귀는 순조롭게 이뤄질 것 같았다. 그러나 리즈 측에서 LG가 제시한 규모 이상의 계약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헤어진 상태다. 양 감독은 19일로 예정됐던 귀국 일정을 연기,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더 살펴보면서 2015시즌 외국인선수 구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결국 LG의 올 겨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LG는 전통적으로 외국인선수 영입에 약했다. 2008시즌 페타지니, 2011시즌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외에는 수년 동안 뛰어난 외국인선수를 뽑지 못했다. 2014시즌 조쉬 벨· 에버렛 티포드 영입도 실패였다. 양상문 감독이 직접 나선만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리즈의 경우처럼 협상테이블에서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좋은 선수를 찾아도 소용이 없다. 실제로 LG는 지난해 겨울 KIA에서 활약한 브렛 필, 2014시즌 초반 미네소타에서 빼어난 타격을 선보인 크리스 콜라벨로와 협상했으나 둘 다 LG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FA 또한 짙은 안개와 마주하고 있다. 박용택과 박경수가 FA 자격을 취득한 가운데, LG 구단은 둘의 잔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kt가 최대변수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kt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kt 구단 지도부가 변하고 그룹 사정으로 이번 스토브리그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도는데 사실이 아니다. 규모가 있는 그룹인 만큼 많은 돈을 풀 것이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kt는 마이너리거 시절 특급 유망주였고,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앤디 마르테를 첫 번째 외국인선수로 영입했다. kt는 보도자료에서 마르테와 60만 달러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지만, 일각에선 인센티브 포함 1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으로 보고 있다.
kt가 NC의 이호준과 같은 베테랑을 찾고, 내야진 강화를 꾀하고 있다면, 박용택과 박경수를 모두 노릴만하다. 무엇보다 kt 나도현 운영팀장은 2012시즌까지 LG에서 운영팀장을 역임했고 LG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박용택과 박경수가 오는 26일까지 LG와 계약하지 못한다면, 둘의 이적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작년 겨울에도 LG는 이대형의 FA 이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이대형에게 FA 1년 연기를 당부했었다. 그러나 이대형은 LG가 제시했던 금액의 2배 이상을 받고 KIA로 떠났다.
외부 FA 영입 역시 쉽지 않다. 최정 김강민 장원준 윤성환 모두 LG에 필요한 선수들이지만, 시장에 나온다는 보장이 없고 LG외에도 많은 팀들이 이들을 노리고 있다. FA 시장 폭등으로 세 선수 모두 50억원 이상의 계약규모가 예상되는데 LG는 최근 확실하게 머니게임을 펼친 적이 없다. 지난해 복수의 특급 FA 가 LG 이적을 생각했으나, LG는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LG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LG만의 신연봉제는 이번에도 논란거리가 확률이 높다. 윈셰어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올해 LG는 지난해보다 12승이 모자란 62승을 올렸다.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총 연봉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든다. 윈셰어는 불펜투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LG의 2014시즌 전력 중심에는 불펜진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도 FA 계약자, 외국인선수 코리 리오단이 윈셰어 상위권에 올라있는 상황. 올 겨울도 LG의 연봉협상을 순탄치 않을 것 같다.
현재 LG는 선발투수 두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다. 토종 에이스 류제국이 무릎수술로 2015시즌 초반을 결장하게 됐고, 신정락은 오는 12월 입대한다. FA 협상에서 실패하고, 성공적인 외국인선수 영입이 없다면,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LG는 지난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으나 스토브리그에선 찬바람만 일으켰다. 팀을 페넌트레이스 2위로 올린 선수들의 연봉인상 규모는 같은 서울팀인 넥센·두산보다 못했다.
일단 리즈 복귀가 무산되면서 올 겨울도 시작은 매끄럽지 못하다. 예전부터 LG 프런트는 현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프런트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현장의 기대에 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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