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부터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이라 불릴 정도로 신인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 힘든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했다. 워낙 1군급 선수들이 많아 두산은 팀 내 최고 수준의 유망주들을 퓨처스리그에 묵혀두는 대신 상무나 경찰청으로 일찍 보내는 정책을 활용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성공을 거뒀다. 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 선수들이 젊은 나이부터 저마다 1군 주전과 백업 자리를 꿰찼다. 다음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기로 한 정수빈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김인태, 거포 유망주인 이우성도 1년 뒤면 돌아온다. 그리고 올해 복귀한 정진호도 있다.
이제 퓨처스리그에서는 더 보여줄 것이 없다. 상무 소속으로 올해 83경기에 출전한 정진호는 타율 3할4푼1리, 33도루로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과시했다. 또한 64타점으로 이 부문 남부리그 1위에 올랐다. 타격 역시 상무 동료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에 이은 남부리그 2위다.

이제는 두산 소속으로 돌아왔다. 정진호는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 중인 팀의 마무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마음가짐은 신인과 같다. 정진호는 “상무 시절에는 편하게 했는데, 이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상무에서는 감독, 코치님이 믿고 써주셨는데, 여기서는 눈에 띄어야 기회가 올 것 같다”며 반드시 눈도장을 받겠다는 다짐을 숨기지 않았다.
아직 1군에서 110타수를 소화한 것이 전부지만, 발이 빨라 신인 시절부터 가능성은 인정 받았다. 2011년에는 팀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땐 운이 좋았다”던 정진호에게 상무에서 2년을 보내며 무엇이 좋아졌냐고 묻자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수비와 주루 등이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한 뒤 “경기 후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배팅을 더 하고 야간에도 스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고 답했다.
상무에서 만난 이영수 타격코치의 조언도 한 몫을 했다. “이영수 코치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이런 저런 조언을 듣더라도 내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큰 도움이 됐다”는 정진호는 자신만의 것을 서서히 찾아가는 중이다.
마무리훈련의 핵심 역시 자신만의 타격 폼을 완성하는 것이다. 정진호는 “타격 폼을 계속 바꾸는 과정이다 보니 교육리그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마무리훈련을 통해 타격 폼을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타격이 살면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인 빠른 발을 선보일 기회도 더 많이 생긴다.
2015 시즌에는 1군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이 정진호의 목표다. 김현수-정수빈-민병헌이 버티고 있는 외야에서 백업으로라도 1군 엔트리에 들겠다는 생각. 정진호는 “우선 1군 엔트리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백업 기회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외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어깨가 약해서 우익수는 조금 힘들기도 한데, 나를 버리고 죽었다는 생각으로 스프링캠프까지 열심히 훈련할 것이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