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MVP의 인연이 좀처럼 닿지 않고 있다. 오히려 팀을 떠난 뒤 MVP를 차지하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나와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넥센 내야수 서건창은 지난 18일 열린 시상식에서 최고 주목을 받는 주인공이 됐다. 99표 중 77표를 얻어 압도적인 차이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MVP를 수상한 것이다. 신고선수에서 방출당한 뒤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와 다시 신고선수로 출발해 신인왕에서 MVP까지 오른 그의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서건창의 MVP 등극이 더욱 화제가 된 데에는 넥센이 그의 두 번째 팀이었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넥센에 오기 전 LG에 먼저 몸 담았다. 2008년 광주일고를 졸업했으나 드래프트에 지명받지 못한 그는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해 1군 1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게 유일한 기록. 결국 2009년 8월 LG에서 방출됐다.

그런데 5년의 시간이 흘러 그는 당당히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LG로서는 5년 전 결정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할 수밖에 없다. 더욱 뼈아픈 건 서건창만 이런 케이스가 아니라는데 있다. 서건창에 앞서 LG를 떠나 MVP를 된 선수가 3명 더 있었다. 아직 한 번도 MVP를 배출하지 못한 LG이지만 팀 떠난 후 MVP만 벌써 4명째다.
가장 첫 번째 케이스가 1995년 OB에서 MVP를 차지한 외야수 김상호. 1990년 MBC에서 간판을 바꾼 LG는 거포 유망주 김상호와 OB의 우완 에이스 최일언을 트레이드했다. 2년차였던 1989년 13홈런으로 가능성을 보인 김상호는 OB 이적 후 주전으로 자리 잡아 1995년 25홈런 101타점으로 2관왕에 오르며 팀 우승과 MVP를 모두 휩쓸었다.
두 번째 케이스는 2009년 김상현이었다. 2002년 KIA에서 LG로 트레이드된 김상현은 그러나 2008년까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2009년 4월 KIA 투수 강철민과 트레이드돼 박기남과 함께 LG를 떠났다. 고향팀으로 다시 돌아온 김상현은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으로 대반전을 연출하면서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최초로 시즌 중 트레이드된 선수가 MVP를 차지하는 케이스도 만들었다.
그 다음 케이스가 바로 현재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한 박병호. 2005년 LG 1차 지명으로 큰 기대를 모은 박병호는 그러나 2011년까지 좀처럼 크지 못했다.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 거포가 성장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2011년 7월 트레이드 마감일에 심수창과 함께 송신영·김성현과 2대2 트레이드로 LG를 떠나 넥센에 새둥지를 텄다. 넥센 이적과 함께 4번타자로 고정된 박병호는 2012년(31홈런·105타점) 2013년(37홈런·117타점) 2년 연속 홈런 및 타점왕으로 MVP를 탔다.
그들에 이어 이번에는 서건창까지 LG로서는 속 쓰린 일이 아닐 수 없다. LG는 1군 진입이 2년밖에 되지 않은 NC를 제외하면 기존 팀 중에서 유일하게 시즌 MVP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무려 33년째 MVP 무관. 1995년 이상훈, 1998년 김용수, 2001년 신윤호처럼 유력한 후보들은 있었지만 아쉽게 MVP를 받지 못했다. LG의 MVP 무관이 언제쯤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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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김상현-박병호-서건창(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