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미쳤다".
KIA 미야자키 가을 마무리 훈련 참가자는 젊은 선수들 위주이다. 훈련을 자청한 최희섭을 제외하면 대부분 1.5군과 2군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는 선수들이 많다보니 훈련분위기는 진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뜨거움이 넘쳐오르고 있다. 선수들의 자발성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들이 보인다. 최희섭은 "우리 선수들이 미쳐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그 중심에는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
KIA는 지난 17일 두산의 캠프지 사이토 구장에서 연습경기를 벌였다. 3-3으로 팽팽한 경기를 벌이다 두산 장민익을 상대로 8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해 11-5로 대승을 거두었다. 승리보다 흥미로운 것은 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마치 굶주린 호랑이 처럼 처절한 야구를 했다. 몸을 날리고 베이스를 하나라도 더 가기위해 전력을 다했다. 경기가 끝난 선수들의 유니폼은 모두 흙 범벅이 됐다. 훈련과 경기중에 선수들은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외야수는 수비를 마치면 덕아웃까지 마치 100m 선수처럼 전력질주했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뜨거운 에너지로 넘쳐났다.

이날 선수들은 사이토 구장에 도착한 뒤 수비훈련을 했다. 낯선 구장인데다 주전들이 대부분 참가한 두산은 여유가 넘쳐났다. 두산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KIA의 수비훈련을 지켜봤다. 처음에는 선수들은 긴장한 탓에 실수가 나왔다. 중견수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탓인지 백네트로 악송구했다. 김기태 감독은 웃으면서 "촌놈들, 집 떠나오니 쫄았네 쫄았어"라고 말했다. 딱딱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농담이었다. 그때서야 선수들은 웃으면서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1회부터 선제득점을 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왔고 8회 7득점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아침 조기훈련(early work)과 오후 보강훈련(extra work)을 없앴다.훈련을 강제로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선수들에게 자율훈련을 맡겼다. 야간훈련도 마찬가지이다. 선수들은 스스로 훈련을 선택한다. 수비, 주루, 타격 등 보강점이 있으면 과외를 신청한다. 그만큼 선수들을 믿는 것이다. 아울러 휴식일은 완전히 쉬도록 했다. KIA는 휴식일 전날 야간훈련을 쉬고 휴식일 야간훈련을 해왔다. 김 감독은 쉴때는 원없이 쉬라는 의미에서 완전휴일을 택했다. 그런데 선수들은 예전보다 훈련을 많이 한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훈련량을 늘이고 있다. 지난 14일은 임시휴일인데도 선수들은 스스로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야구인으로 행동거지는 엄격함을 주문하고 있다.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는 공인의 자세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몇몇 준수항목이 있다. 염색머리와 수염을 하지 말고 짝다리를 하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과정이 매끄럽다. 강제가 아닌 농담식으로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도 거부감 없이 감독의 주문에 응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모두 강제가 아닌 자발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르다. 최희섭은 "선수들이 달라졌다. 두산과의 연습경기를 위해 버스로 이동했다. 에전같으면 선수들이 모두 잠을 잤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두 잠을 자지 않았다. 감독의 배려에 보답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그날 경기에서 선수들의 악착같은 모습도 이것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 2일 캠프에 합류했다. 보름 정도 팀을 지휘했는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었다. 주눅 들고 가라앉았던 KIA의 팀 분위기가 활력으로 넘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조계현 수석코치는 "아직 멀었다. 소리를 지르는 것도 목이 터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영혼이 담긴 함성이 나올 것이다"며 웃었다. 벌써부터 주전들이 모두 참가하는 내년 스프링캠프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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