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대왕 세종'에서 근엄한 세종 역할을 맡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니 당장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몽타주'에서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형사 청호 역을 맡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진지했던 이 남자가 달라졌다.
배우 김상경은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코믹한 모습으로 매회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주윤발로 변신, 라이벌을 압박하는가 하면 양머리를 하고 찜질방에 들어앉아 식혜가 맛있다며 냠냠 먹는 모습은 우리가 봐왔던 김상경이 아니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의 김상경도 색다르다.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하는 아빠 채태만 역을 맡은 그는 10년간 백수로 빈둥빈둥 놀며 몸으로 익힌 게으름은 물론, 다른 이들의 아빠 역할을 하며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들을 그는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오버스럽지 않으면서도 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웃음은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었다.

실제 성격은 후자와 더 비슷하단다. 남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선 다른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웃는 것이 좋아 먼저 말을 걸고 웃기는 스타일이라며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띄웠다. 1시간 10분 가량 되는 인터뷰 시간이 후딱 지나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연기로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떤 반응을 해주실까, 궁금증이 연기 변신의 가장 큰 이유였다. 진지한 모습만 보여주던 그가 '가족끼리 왜 이래'의 코믹한 대본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의 웃음 넘치는 시나리오에 끌린 것도 이 때문이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반응이 정말 좋다고 말하자 "덕분에 이 나이에 '국민 귀요미'라는 소리도 듣고 있어요"라며 허허 웃어보이는 그였다.
-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 내가 하는 대부분의 영화는 내가 눈물을 흘린 영화였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도 내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울었다. 대부분 내가 감동 받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도 그런 장면이 많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지한 쪽이 많지 않았나.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등 웃긴 캐릭터 보다는 진지한 쪽이 많았다. 시나리오가 감동적이면서 재밌는 부분도 있으니까 맞물려서 내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떨까 흥미가 있었다.

- 실제 성격은 어떤가.
▲ 나한테 이런 저런 점이 있다. 진지한 작품을 할 때는 그런 면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원래 성향은 어렸을때부터 막내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랑 만나는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나는 먼저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배우들끼리 모임을 하면 주로 내가 말을 먼저 건네는 스타일이다. 나랑 만나는 분들이 기뻤으면 좋겠다.
- 그럼 코믹한 연기가 좀 더 편하겠다.
▲ 요새 더 편하다. 나랑 작업하는 분들은 나를 아신다. '대왕 세종'할때 세트 촬영 감독님이 지금 '가족끼리 왜 이래'를 찍으시는데 농담처럼 '그래, 이게 원래 너 아니야'라고 하신다(웃음). 원래도 재밌게 사람들하고 흥겹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작품이 이러니까 촬영할때도 더 수월하고 재밌다.
-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가.
▲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개인적으론 다양한 걸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그것이 알고싶다' 섭외를 많이 받았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어찌보면 사람들한테 내가 안보여줬던 여러가지면 중에 그런 점을 보여준거니까 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동안의 이미지는 길거리에서 봐도 사인을 쉽게 못해달라고 한다. 요즘에는 만만하게 본다고 할까(웃음). 요즘은 나를 보면 피식피식 웃으신다.
- 작품 흥행면에서 성공률이 좋다.
▲ 경력에서 양으로 보자면 주인공 해먹는사람들 중에선 편수가 많은 건 아닌 것 같다(웃음). 예전엔 많이 고르고 쉬고 그랬다. 옛날엔 그게 유행이었다. 배우들이 하나 하고 나면 재충전이라고 하면서 쉬는게 유행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다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렇게 다작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많아야 1년에 하나, 중간에 두 개가 걸치는 정도였다. 옛날에는 비워야된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었고 그런 것에 비춰보자면 '살인의 추억' 이후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런 점에 있어선 내 필모그래피가 이상하다. 일반적이진 않지. 하지만 그것에 비해 성공률이 9할 정도 된다.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다(웃음).
-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고 싶으나.
▲ 나는 배우 성향 중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하는 성향이다. 창작이나 창조를 하고 싶은데 옛날에는 봤던 영화 속 캐릭터들을 지우기가 힘든거다. 이 캐릭터는 로버트 드니로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걸 따라하게 된다. 이제 내가 편수가 많아지니까 어디서 한 것 같은 딜레마가 생기는거다. 그래서 다른 영화를 잘 안보려는 경우가 많다. 좋은 거 있으면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모방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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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