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김태형 리더십, 두산 새바람 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19 17: 47

정중동(靜中動)이다. 겉으로 볼 때는 고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안을 들여다보면 활발한 움직임이 있다. 최근 김태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한 두산이 딱 그런 모습이다. 마무리훈련 분위기도 조용하지만 치열한 공기가 감돈다.
지난 5일부터 일본 미야자키 사이토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두산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한 해를 정리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서 ‘양보다는 질’을 강조한 김태형 감독의 의도대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지금쯤 오면 선수들이 지칠 수밖에 없고 실제 그런 모습도 보인다”라면서 “하지만 버텨내야 한다. 집중력 있는 훈련을 강조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측면에 손을 대는 단계는 아니다. 김 감독은 “이미 우리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은 충분하다”라고 자신하면서 “힘과 체력을 중점으로 두고 훈련 일정을 짜고 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감독의 ‘특별지시’로 이번 마무리훈련에 참여한 양의지와 유희관은 기술훈련보다는 회복에 주력하는 등 선수들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세심함이 돋보인다.

이렇게 얼핏 보면 편안해 보이는 두산의 마무리훈련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 안에는 ‘경쟁’이라는 기본적인 요소가 깔려 있다. 훈련 분위기가 치열하게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전력 구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도 선수들을 자극한다. 김 감독은 “프리에이전트(FA) 영입, 그리고 외국인 영입 등 선수단이 완성되어야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마무리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크다”라면서 “내년 스프링캠프부터가 진짜 경쟁의 시작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산에서 워낙 오래 선수 및 코치 생활을 한 김 감독은 팀의 분위기와 색깔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지도자 중 하나다. 김 감독은 두산이라는 틀의 완성도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김 감독은 “큰 틀이 있다. 확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 선수들의 주전 보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서울에 남긴 고참 선수들은 소화할 프로그램을 줬다. 예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전 확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오히려 마무리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이번 마무리훈련의 최대 수확 중 하나다. 김 감독은 1군 선수들의 적극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한 포지션에 최소 2명, 많으면 4명을 붙여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김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한 선수들의 몸놀림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아직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백업 선수들의 기량 향상도 김 감독을 미소짓게 하는 요인이다.
선수단 분위기도 강력한 리더십 앞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 감독은 “언론에서는 팀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운을 뗀 뒤 “조심스러운 이야기다. 그러나 4강 싸움에서 탈락한 뒤로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두산의 전통적인 팀 분위기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경기에서 졌는데 웃고 떠들고 그런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지켜야 할 것을 강조할 것이다. 두산다운 활발한 야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의 강한 어조 속에 두산이 움츠려들었던 어깨를 조금씩 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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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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