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서인국의 광해는 매력적이었다. 아버지 선조(이성재 분)의 밑에서 그의 견제 속에 고뇌하며 살아가지만, 유쾌하고 긍정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광해는 그야말로 '처세왕'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윤수정 연출 윤성식 차영훈)에서는 아버지 선조(이성재 분)의 견제 속에서 아들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광해군(서인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궁궐 서고에는 도둑이 들었다. 도둑들은 임금의 관상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는 용안비서를 찾기 위해 온 것이었고, 도둑들을 고문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선조는 분노를 표출하며 잔인한 성품을 드러냈다.

선조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관상에 대해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인물. 그는 유명한 관상쟁이 백경(이순재 분)으로부터 "용상을 탐하지 말라. 마마는 왕이 되면 안 된다. 마마가 왕이 되면 나라는 큰 환란을 맞이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얼굴이 왕의 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었고, 그 이후 불안한 왕좌를 지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선조와 달리 그의 아들 광해군은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깊은 진지하고도 유쾌한 청년이었다. 그는 관상쟁이를 시켜 자신의 길상을 흉상으로 바꾸는 아버지의 계략을 확인하거나, 아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아버지의 무정함을 보는 등 실망스럽고도 두려운 선조의 모습을 봤다. 그럼에도 그는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의 신하로 살겠다"고 맹세하며 간밤에 들었던 도둑 무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다.
이 과정에서 서인국은 현대극과 다소 톤이 다른 사극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액션 연기, 코믹 연기 등을 능숙하게 연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의 성장을 증명했다. 특히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감각은 진지하면서도 긍정적이고 밝은 광해군을 매력적으로 표현했고, 이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한편 '왕의 얼굴'은 서자출신으로 세자 자리에 올라 피비린내 나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끝내 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장스토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게 되는 아버지 선조와 아들 광해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는 사극이다. 매주 수요일,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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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