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음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두산 베어스는 탄탄한 야수층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 마운드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야수들 중에는 믿을 만한 주전급 선수들이 많다.
주전 3루수인 이원석이 군에 입대할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걱정은 없다. 이원석과 호르헤 칸투의 빈자리를 제외하면 두산은 비교적 주전들의 입지가 굳건한 편이다. 특히 김현수-정수빈-민병헌이 버티고 있는 외야는 공수 양면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하지만 3루는 현재 정해진 주인이 없다. 김태형 감독이 무한경쟁을 외치기 가장 좋은 포지션이다. 마무리훈련 이전에 만난 김 감독은 2015 시즌 팀의 3루 전망에 대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3명이 있다. 타격은 (최)주환이가 앞서고, 수비는 (허)경민이가 좋다, (김)진형이도 시즌 막판에 보여준 것이 있다”는 말로 3파전을 예고했다.

이 중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최주환이다. 수비가 뛰어난 허경민은 내야의 어떤 포지션이든 구멍이 생겼을 때 대체 1순위지만, 최주환은 일발 장타를 언제든 터뜨릴 수 있는 공격력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김진형의 경우 아직 1군 경험이 그리 풍부한 편은 아니다.
시즌 막판 맹타를 휘둘러 타율을 2할8푼까지 끌어올린 최주환은 장점인 타격 능력을 앞세워 풀타임 주전 3루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 중인 팀의 마무리훈련에는 오재원, 고영민 등 2루수 자원들이 빠져 2루수를 보고 있지만, 눈은 3루에 있다.
마무리훈련을 떠나기 전 최주환은 의외로 담담했다. “2012년에는 갑자기 시범경기부터 기회가 왔다. 하지만 올해는 재원이 형도 있고 영민이 형도 있어서 나는 거론도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의식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겠다. 경험해본 일이기 때문에 묵묵히 견디는 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른 시점부터 큰 욕심을 내는 대신 계획대로 천천히 노력을 쌓아 나가겠다는 뜻만 펼쳐보였다.
차분히 준비하려 하는 것은 경험을 통한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잘 하려고 했을 때는 잘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2012년에 기회를 얻고 2013년엔 PT(개인 트레이닝)까지 받으면서 더 열심히 준비했는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등 기회가 적어 힘들었다”며 최주환은 ‘늘 하던 대로’를 가장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감만큼은 언제나 그렇듯 꽉 차 있다. 최주환은 “다음 시즌에는 공격적인 면이나 주루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에서 최고로 끌어올리고 싶다.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를 하겠다. 큰 틀보다는 세세한 부분을 보완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즐기면서 하다 보니 자신감은 생겼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기대를 받고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최주환도 이제 프로에서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미야자키 출국을 하루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던 최주환은 “정말 좋은 진주는 한 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한참을 갈고 닦은 뒤에야 빛을 내는 값진 진주를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이야기한 것이다. 갈고 닦은 세월만 10년이 됐다. 이제 최주환도 지금보다 더 빛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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