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반기 최고의 깜짝스타였던 이재원(26, SK) 진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새롭게 SK 유니폼을 입은 두 명의 코치가 손을 잡았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타격을, 그리고 하세베 유타카 배터리 코치는 수비를 각각 맡아 쉼 없는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 이재원도 군말 없이 지도를 따르고 있다.
이재원은 올 시즌 SK의 중심타선에 자리를 잡으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자신을 항상 따라 다니던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뗀 귀중한 시즌으로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비록 후반기 타격 페이스 저하가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120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12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희망이 됐다. 부상으로 전지훈련도 참가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시즌이었다.
당초 자신의 목표였던 ‘규정타석 진입, 타율 3할’을 훨씬 상회하는 성적을 낸 이재원이다. 그러나 팀에서는 아직 이재원이 더 성장할 여력이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 이것이 최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수 모두 그렇다. 김무관 코치, 그리고 하세베 코치도 “이재원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라는 의지 속에 열정적으로 달라붙고 있다.

“한 번 3할을 쳤다 사라지는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다. 3~4년 정도를 유지해야 비로소 자기 기술이 되는 것이다”는 지론을 가진 김 코치는 이재원이 그에 부합하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확신 중이다. 향후 SK 타선의 버팀목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타격 지도의 대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 코치는 “SK를 끌어갈 수 있는 재목이다”라며 흥미로운 시선을 이재원을 바라보고 있다.
김 코치는 “올 시즌 중반에 타격왕을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이재원을 뽑지는 않았다.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은 포수 포지션이고 한 시즌을 풀로 뛰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분명 좋은 타격을 선보였다”라며 이제는 제자가 된 이재원의 재능을 칭찬했다. 잘 지도한다면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대형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도 숨기지 않는다.
하세베 코치는 더 적극적이다. 이재원이 다소 미숙한 부분을 드러낸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마무리훈련부터 이재원과 씨름을 하고 있다. 하세베 코치가 이리저리 던져주는 바운드성볼을 잡기 위해 이재원은 아침부터 가고시마의 ‘땅’과 친구가 되기 일쑤다. 수비만 보완하면 최고의 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하세베 코치도 각별한 신경을 쓰며 이재원을 지도하고 있다.
하세베 코치는 “포수로서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을 잡고 나서 던지기까지 동작이 상당히 빠르다. 어깨도 좋아서 송구도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라며 이재원의 기본적인 재능이 결코 모자라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 “블로킹 연습을 많이 시킬 것이다. 원바운드 볼을 멈추게 한다는 것은 투수와 감독에게 신뢰감을 준다”고 향후 과제를 짚은 뒤 “모두에게 신뢰받는 포수로 성장시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두 코치의 집중지도를 받고 있는 이재원은 부담감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훈련에 임하고 있다. 강훈련을 하느라 살이 외관상으로도 많이 빠졌을 정도다. 이재원은 “결혼을 앞두고 사진이 잘 나오려면 살을 빼야 한다”라는 농담으로 웃어 넘겼지만 그간 가고시마에서 흘렸던 땀을 실감할 수 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이재원은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공·수 모두를 보완해 내년에는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시 포수 장비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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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