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회귀’ 김성현, “무조건 올해보다 잘해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20 16: 56

“시즌이 끝나고 나니 아무런 생각이 없어요”
김성현(27, SK)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확실하게 증명했음에도 그다지 들뜬 기분이 없었다. 그냥 차분했다. 잊어버렸다고도 했다. 오직 시선은 내년을 향해 있다. 특별한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그저 올해보다 잘하는 것이 목표다. 새 목표를 설정한 김성현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한다.
김성현은 올 시즌 SK의 주전 내야수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간 선배들에 가려 2루수와 유격수 백업에 머물렀던 김성현으로서는 자신의 경력에 큰 물줄기를 만든 한 해로 기억될 법 했다. 불의의 부상을 당한 박진만의 공백을 메우며 확실하게 입지를 다진 김성현은 올해 122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 5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전반기 혼란을 딛고 후반기 맹활약함에 따라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자신이 원했던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던 시즌이었다. 김성현은 규정타석 진입, 수비, 그리고 출루율을 3대 과제로 삼았다. 규정타석은 넉넉하게 넘겼다. 수비는 전반기에 다소간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후반기에는 한층 안정된 모습과 동시에 수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쏟아냈다. 3할7푼6리의 출루율도 뛰어났다. 볼넷(55개)이 삼진(51개)보다 더 많았고 풀타임 유격수 중 김성현보다 더 뛰어난 출루율을 기록한 이는 강정호(넥센)밖에 없었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시즌을 보낸 김성현이지만 한껏 자신을 낮췄다. 김성현은 “3할은 욕심이 없었다. 어차피 나는 3할을 쳐야 하는 타자가 아니다”라면서 “수비가 아쉬웠다. 후반기 수비도 전반기 실책을 만회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매사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아직 주전 유격수라고도 볼 수 없다”라는 모습에서는 야구와 내년에 대한 진지함과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다. 김성현은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성현은 “내년에 못하면 올해 성적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확실히 검증된 선수로 다시 한 번 진화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려면 내년 성적이 무조건 좋아야 한다. 김성현도 이를 의식한 듯 “내년 목표를 특별한 수치로 정해두지는 않았다. 무조건 올해보다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수 모두 마찬가지”라며 포부를 밝혔다. 원점으로 돌아온 김성현이 다시 차분히 길을 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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