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턴 이건욱, 특급 유망주 세상에 나온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20 16: 57

화려한 고교 시절을 보냈다. 동급 최고로 불렸다. 1차 지명은 당연히 그의 것이라고 인식될 정도였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닳고 닳아 망가진 팔꿈치에 손을 댔지만 회복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부푼 마음을 안고 입성한 프로의 세계는 그렇게 처음부터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건욱(19, SK)의 1년은 그렇게 터널 속에 있었다. 동산고 시절 고교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던 이건욱은 2014년 신인지명회의에서 SK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이견이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홀로 팀을 이끈 그의 팔꿈치는 망가져 있었다. 마무리훈련에 참여했지만 구단은 수술을 권유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지만 수술을 받는 선수의 마음이야 편할 리가 없었다.
지루한 과정이었다.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에 힘든 재활 과정과 싸워야 했다. 이건욱도 짤막하게 “길었다”라고 재활 과정을 회상했다. 재활이 뜻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수술 후 오른팔의 각도가 잘 나오지 않아 이를 교정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허재혁 SK 컨디셔닝코치는 “남들보다 재활 과정이 조금 더 오래 걸린 편”이라고 안쓰러워했다. 어린 선수가 받을 고통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겨냈다. 욕심을 접고 차분히 재활에 임했다. 속이 상할 때, 힘들 때는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힘을 냈다. 그런 과정이 이어진 결과 이제 재활은 막바지 단계다. 통증은 살짝 남아 있지만 정상적인 재활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 컨디셔닝파트의 설명이다. 그 통증을 조금씩 이겨내면서 강도를 높일 때 재활이 끝난다. 불펜, 하프 피칭 등의 일정도 예정되어 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일보직전이라 그런지 이건욱의 요즘 표정은 밝다. 수술 경력이 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당장 전력피칭 단계로 들어가기는 무리겠지만 내년 2월로 예정되어 있는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쯤이면 어느 정도 100%에 근접한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건욱의 예상이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마운드의 간판스타가 팀을 떠난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전력누수도 메워야 하지만 다음 세대를 준비한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인천 연고에서 오래간만에 나온 대형 우완 에이스감인 이건욱에게 걸리는 기대가 큰 이유다. 순조롭게 성장해야 SK도 남은 10년을 그릴 수 있다. 마치 2007년의 김광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건욱의 올해 목표는 일단 재활을 무난하게 마친 뒤 1군에 진입하는 것이다. 보직과 상관없이 1군 선수들과 겨뤄보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목표가 실현될 때, SK의 장기적인 구상도 중요한 퍼즐 조각 하나를 끼워 맞출 수 있다. 아픔을 털어낸 이건욱이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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