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들 긴장하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지난 20일 KIA 미야자키 휴가 마무리 캠프 오쿠라가하마 구장. KIA는 캠프 두 번째로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자율훈련을 수행중이고 무릎이 완벽하지 않은 내야수 최희섭은 경기를 지켜보더니 "선수들의 플레이가 장난이 아니다. 예전 2군 경기는 이러지 않았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큰 소리로 콜플레이를 한다. 어떤 플레이든 투구든 양쪽 덕아웃에서는 고함소리가 터져나온다. 여기에는 코치들도 마찬가지이다. 타격후 타자들은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한다. 야수들은 사리지 않고 몸을 던진다. 3루수 고영우가 1루에 악송구하자 어느새 2루수 최용규가 빠르게 뒤로 달려와 볼을 잡아 주자의 2루행을 막으며 박수를 받았다.

이닝이 바뀌면 외야수는 100m 달리기를 하는 것 처럼 전력질주를 한다. 청백전이었지만 마치 사생결단의 포스트시즌 경기처럼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양쪽의 그라운드와 덕아웃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전쟁같은 실전을 펼쳤다.
김기태 감독은 실전이 있으면 투타 부문별 MVP와 별도로 감독상과 창의력상을 선정한다. 감독이 요구하고 생각하는 야구를 하는 선수와 스스로 창조적인 플레이로 팀에 도움을 주는 선수를 선정하는 것이다. 상금은 모두 1만엔씩이다.
오쿠라가하마 외야 펜스에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나는 오늘 팀과 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김기태 감독이 직접 문안을 만들어 구단에 제작을 의뢰했다. 여기에는 야구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가장 훌륭한 답을 찾으라는 김기태 감독의 지론이 담겨져있다. 이같은 요구가 선수들에게 그대로 녹아들고 있다.
KIA의 훈련은 강도다 세고 훈련집중력이 높다. 타격훈련도 10명이 동시에 펼친다. 코치 혹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모두 톱니바퀴 처럼 훈련과 훈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러닝과 웨이트 등 체력훈련도 "역대 최고로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도 악착같이 훈련을 견디고 있다.
으레히 캠프에서는 부상 낙오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신인 황대인 팔꿈치에 공을 맞고 타박상을 입은 것 뿐이다. 마무리 캠프를 버티면 봄 전지훈련도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힘을 내고 있다. 김감독은 "다들 캠프를 완주하는 불상사가 있으면 안되는데"라며 흡족해 하고 있다.
최희섭은 이같은 분위기는 보면서 "나를 포함해 한국에 있는 주전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다. 내년 캠프에서도 주전들도 몸과 자세가 확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예전같이 설렁설렁 하다가는 밀려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단에서 나오는 말들을 종합하면 휴가 캠프에 참가하지 않은 주전들은 휴가 캠프의 분위기를 상세히 전해듣고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캠프의 혼연일체 훈련 분위기가 제 2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김기태 감독의 또 다른 노림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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