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설움을 씻어낼까.
박석민(삼성 내야수)은 상복과 거리가 멀었다. 2008년 채태인(32), 최형우(31)와 함께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끌었던 박석민은 해마다 꾸준한 성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리고 뛰어난 실력 못지않게 둥글둥글 넉살 좋은 성격도 그의 매력 포인트. 삼성 뿐만 아니라 타 구단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쉽게도 박석민은 1인자와 거리가 멀었다. 수 차례 3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 후보 명단에 포함됐지만 단 한 번도 품에 안지 못했다. 실력 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으나 아쉽게도 고배만 마셨다.

올해는 다르다. 데뷔 첫 골든 글러브가 보인다. 박석민은 올 시즌 110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5리(356타수 112안타) 27홈런 72타점 77득점으로 고감도 타격을 뽐냈다. 야구에 만약이라는 건 없지만은 옆구리 통증만 아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3루는 각 구단별로 쟁쟁한 선수가 많다. 리그 최고로 공인받고 있는 최정(SK)을 비롯, 황재균(롯데) 김민성(넥센) 등이 박석민의 경쟁자다. 올 시즌 활약만 놓고 본다면 박석민보다 뛰어난 3루수는 없었다. 박석민 스스로는 "최정이 최고 3루수"라고 자세를 낮추지만 적어도 올해 만큼은 박석민이 리그 최고 3루수다.
뜻하지 않은 옆구리 통증 때문에 일찍 시즌을 마감했고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미비했던 건 사실. 그렇지만 박석민이 없었다면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장난기 가득한 외모와 가끔씩 팬들을 웃음 짓게 하는 몸짓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일반적으로 박석민을 두고 '재능을 타고 났다'고 표현한다. 가끔은 '게으른 천재'의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석민은 '게으른 천재'보다 '노력하는 천재'에 가깝다. 박석민은 경기 전후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메모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적어 놓으면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가끔씩 경기 도중에 한 번씩 읽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회라는 게 항상 오는 게 아니다. 박석민이 생애 첫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무관의 설움을 떨쳐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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