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독재자'(이해준 감독)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한 배우가 있다. 객석을 한 순간 웃음으로 초토화시켰던, 하지만 어딘가 코 끝을 찡하게 만든 배우 김동희다.
이미 KBS 2TV '감격시대'의 짱돌 캐릭터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바 있는 김동희는 조금씩 충무로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수상한 그녀'에 이어 '나의 독재자'로, 그리고 이는 내년 개봉하는 '연평해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나의 독재자'에서는 설경구와 함께 배우 면접을 보는 신에 등장, 충격적인(?) 노출도 선보인다. 분량을 넘어선 존재감 발휘다.
"원래 두 개의 역할인데 감독님이 그것을 하나로 합쳐주셨어요. 그래서 원래 역할보다 커지게 됐죠. 완성물은 찍을 때보다 더 잘 나온 거 같아요. 원래 '슥 나왔다 빠지는' 역할인데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죠."

과감한 깜짝 엉덩이 노출에 부담감도 있었을 터. 이 영화를 위해 생애 처음으로 '공사'도 하며 열연을 펼친 그다.
"공사를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진짜 민망했어요. 여성 스태프들도 계시는데 말이죠. 혼자 발가 벗겨진 느낌이였어요.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인데도 굉장히 길게 느껴지더라거요. 공사를 했는데 자꾸 떼어지려고도 해서 움직임 자체로 조심스러웠죠. 혹시라도 떨어지면 그 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주시겠지만 제 스스로가 현장에서 도망가버릴 지도 몰라 한 번에 NG없이 갔습니다. 하하"

이 계기를 빌어 앞으로 베드신 제의가 들어오면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다가 "엄청 창피하겠지만, 다 이겨낼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며 배우로서의 의욕(?)을 보였다.
함께 출연한 배우 설경구에게서는 따뜻함을 느꼈다고 했다. "에너지가 엄청 느껴지시는 분이예요. 촬영 때 제가 바지를 벗고 맞는 장면에서, 다칠지도 모른다며 모포를 밑에 깔아주시는 것을 보고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는 것을 느꼈어요. 무뚝뚝하시다가 그런 배려를 해주시니까, 더 큰 감동을 받는 거 같아요. 설경구 선배를 보며 '나도 선배가 되면 저렇게 돼야지'라고 다짐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자신을 발탁해 준 이해준 감독에게는 남다른 고마움을 표현했다. "정말 자기 머릿 속에 있는 그림만 딱 나오면 그걸로 마무리되시는 분이예요. 명확하죠. 그래서 촬영이 진짜 일찍 끝난 적도 있어요. 신기했어요. 매 순간 욕심이 나서 테이크를 계속 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단호함 같으신 게 있으셨죠. 그건 그 만큼 준비가 많으시다는 얘기죠."
다음 작품은 '기술자들'과 '연평해전'이다. 특히 '연평해전'에서는 이전과는 또 다른 김동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 군인으로의 변신이다. 그는 "군대에 '다시'가 아니라 '처음' 온 느낌"이라고 촬영에 임한 소감을 밝히며 웃어보였다.
"전 육군을 나왔는데, 육군과 해군은 용어 자체도 다르고 해야 할 일과도 달라 새로운 군 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였어요. 쉬는 날 지방에서 서울에 오는데 마치 휴가 나오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나만 그런게 아니였어요. 배우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매 작품마다 남자 배우들과 주로 호흡하며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 '연평해전'은 더욱이 군인들이라는 설정 때문에, 현장에서 보다 단단하고 진한 의리가 쌓였다고 한다.

"작품마다 이상하게 남자복이 많아요. '연평해전'에서는 김무열, 이현우, 진구 형 등과 매번 붙는 신이 많아서 진짜 친해졌어요. 영화 '실미도'를 하셨던 선배님들도 이렇게 친하셨겠구나, 란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전우애를 많이 느꼈어요." 김동희는 이 쟁쟁한 남자배우들이 출연하는 '연평해전'의 히든카드가 되기 충분하다는 관계자의 전언이 있다.
현재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도 출연 중이다. 극 속에서도 배우 이종원과 투닥투닥거리며 감초 연기로 웃음을 선사하는데, 또 다른 김동희표 생활 연기다. 매번 작품에서 전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변신하는 게 그의 특징. 내달에는 영화 '기술자들'도 선보인다.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몇 작품을 마친 지금까지도 항상 마음가짐은 같아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고, 촬영은 항상 늘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대신 저는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요. 안방과 극장을 넘나들며 저만의 특이함을 찾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감격시대'의 짱돌과 '수상한 그녀'의 쌍거풀남이 동일 인물이란 사실을 제 친구도 모르더라고요. 그런 모습마저 제 장점으로 만들도록 더욱 노력해야죠!"
nyc@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