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드라마, 장르극, 19세 등급까지 달고 있는 작품이 이렇게 대중의 구미를 당길 줄은 몰랐다. 미드에서나 봤을 법한 파격적인 소재가, 드라마로 구현되니 시청률은 채널 역대치를 경신,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 퀄리티를 향한 호평은 줄을 잇고 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극본 한정훈, 연출 김정민)의 이야기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하려는 강력계 형사와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는 한정훈 작가의 손에서 드라마 대본으로 완성됐다. 앞서 그는 '뱀파이어 검사' 시즌1~2 작가로 참여했던 터. 앞서 '히어로' 연출에 참여했던 김정민 감독이 한 작가와 함께 손을 잡고 '나쁜 녀석들'을 영화 같은 드라마로 탄생시켰다. 호기심 돋는 대본은 독특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앵글, 화면 질감, 연출 등과 결합해 완성도를 높였다.
'나쁜 녀석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OSEN을 만난 한정훈 작가는 '반(半)사전제작 시스템'의 장점을 나열하며 "덕분에 대본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적어도 앞에 던졌던 '떡밥'(일종의 복선)을 회수하지 않는 일이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한 번쯤 떠올려 봤음직한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타작품들과의 유사성에 대한 오해도 간혹 생긴다.
한정훈 작가(이하 한): 수사물을 기획할 때 어렵게 만들고 꼬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진입장벽이 높다. 수사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혀 보지 않게 될 수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전형성에 기대어 간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어딘가에서 이슈가 됐던 사건들, 그런 것들을 많이 흡수했다. 애초 기획 자체가 '가슴으로 보는 드라마'였다. 보면 이해를 할 수 있게, 무조건 쉽게 가자고 썼다.
김정민 감독(이하 김): 어려우면 안 된다. 수사물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많다. 하지만 기존 수사물과는 달리 어렵게 가지 말고, 상황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자는데 의견을 맞췄다.
-수사물이 쉬울 수 있나.
한: 특이한 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 탐문이 시작된다. 수사물에서는 '얘가 범인이 아니고 사실 쟤가 범인이다'는 게 있는 데, 그걸 전부 다 배제했다. 처음부터 '얘가 범인이다'고 알려주고 '어떻게 때려잡는지 봐'라고 던져준다. 이렇게 하니 시청층이 넓어진 긍정적인 면도 있도, 또 수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범인의 얼굴을 공개해도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대본도 연출도 좋지만, '나쁜 녀석들'의 완성에는 배우들의 호연이 몫을 톡톡히 했다.
김: 주인공들을 다 특정한 채로 작업을 했다. 대본이 만들어질 때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배우들이 모두 캐스팅이 되어 만족했다. 대본 안에 있는 캐릭터들이 명확했으니, 촬영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많이 생략됐다.

-마동석의 의외의 귀여움과 코믹함도 대본 속 의도인가. 아니면 애드리브인가.
한: 애드리브를 한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마동석이) 대본을 잘 살려주신다. 이건 '반 사전제작'의 장점인데,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에 대본 속 대사를 한 차례 수정했다. 배우들이 잘 살려줄 수 있게 느낌을 가미했다.
-마동석 수면베개 장면이 큰 웃음을 줬다.
한: 무거운 장르 드라마를 볼 때 그 무게감을 덜어내 줄 캐릭터를 어디가에 배치하는 게 중요한 요소다. 이 부분을 마동석 선배님이 해주신 거다.
-조동혁, 마동석과 달리 박해진의 활약이 부족하다. 조폭, 살인청부업자와 달리 사이코패스가 사건 해결에서의 롤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한: '나쁜 녀석들' 드라마가 모두 끝나고 나면 그런 이야기가 완전히 없어질 것 같다. 후반부 이야기의 핵심이 바로 이정문(박해진 분)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다.
-'나쁜 녀석들'인데 다들 의외로 착한 면이 많다. 범죄자들이 돌연 이렇게 착해지는 데 뭔가 계기가 약하지 않았나.
한: 6회에서 마지막을 보면 서로를 의심하는 신이 있다. 5회를 보면 다들 착해지는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선함은 본래부터 내재됐고 이들의 갈등과 분열이 중요한 포인트다. 나빴던 애들이 마지막에 다 착해지며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박웅철도 정태수(조동혁 분)도 선해진 게 아니다. 감정을 쏟아내는 일부 대상들에게만 그렇다. 아무리 나쁜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공유할 사람은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 작품 특징 중 하나가 그거다. 상황에 따라서 선악을 오고가는 캐릭터다.

-복선이 꽤 많다. 다양한 추측들도 나오고 있고.
한: 한 회씩 이야기가 완결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한 회, 에피소드가 7이라면 전체 구조가 3이다. 앞에 연결고리들이 꽤 많다. 드라마에는 흔히 '떡밥'이라고 하는 게 깔려있다. 근데 그걸 회수 안하고 끝내는 드라마도 많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쓰지 말고 앞부분을 이렇게 쓸 걸' 했을 때는 이미 방송이 나간 뒤다. 대본을 쓰면서 앞의 이야기를 수정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도 바로 사전 제작만의 장점이다. 투척한 '떡밥'을 완벽하게 회수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말라. '떡밥'은 전부 회수한다.
gato@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나쁜 녀석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