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김태형, “지옥훈련? 생각하는 훈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22 13: 00

“물론 훈련의 양도 중요하다. 강훈련을 해야 할 선수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떠한 자세로, 어떠한 방법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김용희 신임 SK 감독과 김태형 신임 두산 감독은 야구 철학에서 비슷한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기보다는 소통을 강조하는 편이다. 야구계에서는 “귀가 열린 지도자”라는 평가가 자자하다. 클럽하우스 리더의 몫을 중요시여기는 것도 똑같다. 감독은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럴까. 두 팀의 마무리훈련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기와 무대는 다르지만 훈련에 임하는 근본적인 철학은 상당 부분 유사점을 보인다.
올해 나란히 4강 진출에 실패한 SK와 두산은 각각 일본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 중이다. SK는 가고시마현의 센다이에, 두산은 미야자키현의 사이토에 캠프를 차렸다. 신임 감독이 취임한 만큼 두 팀 모두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양팀 사령탑의 평가도 대체로 만족이다.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가면서 캠프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SK는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두산은 일부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 SK는 캠프 중반 이후 야간훈련을 없애고 특강으로 대체하고 있는 반면 두산은 야간훈련을 하는 대신 그 전의 선수단 일정에 조금의 여유를 주는 정도로 훈련량을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훈련’에 대한 지향점, 그리고 기술 훈련보다는 웨이트트레이닝의 비중을 높여 선수들의 지친 몸을 달래주려는 코칭스태프의 의도는 판박이처럼 똑같다.
김용희 감독은 “선수들이 이 훈련을 왜 하는지 알고 훈련을 할 때 효율성이 생긴다”라고 강조한다. 김태형 감독도 “한 번의 스윙을 할 때도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 없는 반복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양팀 사령탑 모두 양보다는 질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전지훈련에 들어가면 또 다른 방식이 나오겠지만 마무리훈련만큼은 그렇다.
또한 마무리훈련에서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체력과 힘을 보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SK는 아예 웨이트트레이닝부터 한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신개념 일정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은 기술훈련이 모두 끝난 뒤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기술훈련 뒤 지친 상황에서의 웨이트트레이닝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아예 신선한 상태에서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하려는 뜻이다. 두산도 체력 훈련의 비중을 높였다. “힘과 체력이 있어야 집중력도 생긴다”라는 김태형 감독의 지론 때문이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이른바 ‘지옥훈련’과는 다소간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두 사령탑 모두 현재 훈련 방향이 그런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힐링’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용희 감독은 “우리 훈련량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 SK의 하루 일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식사시간 30~40분,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휴식 시간은 없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이런 일정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할 정도였다.
김태형 감독도 훈련을 할 때는 제대로 시킨다. 강도가 세다. 선수들이 지쳐 힘들어할 시점이 되면 그 때 김 감독이 슬그머니 나타난다. 선수들은 힘들어도 참고 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지쳐 있다. 하지만 버텨내야 한다”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두 팀의 훈련은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안을 살펴보면 독한 느낌이 있다. 두 팀의 이런 방식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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