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FA도전’ 윤길현, 두 토끼 쫓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22 13: 00

“아프지만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표정은 밝았지만 윤길현(31, SK)의 목소리에서는 조금의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자신을 계속 괴롭히고 있는 부상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었다. 그럴수록 의지를 다지는 윤길현이다. 내년에는 정말 건강한 모습으로 부상이라는 단어와 이별을 한다는 굳은 각오다. 그 후,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당당하게 인정받겠다는 생각이다.
윤길현은 올해 SK 불펜의 필승조로 좋은 활약을 했다. 59경기에 나가 3승3패7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에는 박희수와 로스 울프가 차례로 빠져나간 마무리 보직을 맡기도 하는 등 SK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5경기 이상 소화다. 예전의 윤길현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 한 해였다.

하지만 부상이 아쉬웠다. 지긋지긋한 부상이 다시 윤길현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막판에 갑작스럽게 어깨에 통증이 왔다. 윤길현은 “중반에 잠시 아픈 감이 있었다. 참고 던졌는데 결국 막판이 되니 힘들더라”라고 털어놨다. 4강 경쟁을 하고 있는 팀 사정을 생각해 마지막 힘을 짜냈지만 역시 구위는 좋을 때만 못했다.
시즌 중반 좋은 모습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터라 타이밍이 더 아쉬웠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4월 복귀한 윤길현은 5월부터 빼어난 활약을 했다. 평균자책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5월 12경기에서 3.48, 6월 10경기에서 3.27, 7월 9경기에서 1.86, 8월 11경기에서는 3.27이었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즌에서 한 때 2점대 평균자책점을 넘볼 기세로 달려 나갔다. 그 자체가 리그 최정상급 계투요원임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한 9월 이후에는 8경기에서 7.71에 그쳤다.
마무리가 안 돼 팀의 마지막 스퍼트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함도 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는 어깨 통증이라는 골칫덩어리까지 얻었으니 마음이 더 무거울 만하다. 하지만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 재활군 일원으로 참여한 윤길현의 표정은 밝다. 윤길현은 “괜찮다. 시즌이 끝난 뒤 쉬다보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추세다”라며 근황을 설명했다. 다만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도 있었던 시즌임을 털어놨다.
팔꿈치 상태는 좋은 편이다. 수술 이후 “야구 인생에서 이렇게 상태가 깨끗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던 윤길현의 자신감 그대로다. 올 시즌 호투의 비결이기도 하다. 윤길현은 “팔꿈치 상태가 좋아지고 아프지 않다보니 공을 좀 더 힘차게 놓을 수 있었다. 구속이 나오니 자신감도 생겼다”고 떠올렸다. 즉, 아프지 않은 윤길현은 언제든지 필승조 요원으로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시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래서 더 몸 관리에 신경을 쓰겠다는 각오다. 내년에 144경기 체제가 되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체력 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간단한 투구도 돌입했다. 20일에는 하프피칭으로 몸을 풀었다. 마무리훈련이 끝나면 12월 열릴 SK의 괌 재활캠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또 한국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윤길현은 “가서 몸을 잘 만들겠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내년 FA 취득은 좋은 동기부여다. 윤길현은 내년 등록일수만 채우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윤길현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년이 중요한 시즌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부상과의 전쟁 종료, 그리고 FA 취득 후 자신의 가치를 당당하게 인정받는 것. 윤길현이 2015년의 두 가지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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