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VS한예슬, 같은 복수 다른 느낌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1.24 07: 53

아리따운 두 여인의 복수가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여인은 누명을 씌워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시댁 식구들에게, 또 한 여인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 남편을 향해 복수의 의지를 태우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착한 성격에 예쁜 외모를 갖고 있고, 남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점, 또 복수의 대상들로부터 심각한 배신을 당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을 공유한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에서는 여러모로 사뭇 다른 전개의 복수를 진행하고 있어 흥미롭다. 
◆‘전설의 마녀’ 한지혜, 더없이 착한 복수
한지혜는 전작인 ‘메이퀸’, ‘금 나와라 뚝딱’ 등의 드라마에서도 보여준 바 있는 착한 복수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지혜가 맡은 배역인 문수인은 고아 출신으로 신화그룹이라는 재벌 2세 남편과 사랑에 빠져 반대하는 결혼을 해 시댁으로부터 구박을 받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성격은 긍정적이고 온화한데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꿋꿋함까지 있어 여러모로 고난 속에서 빛을 발하는 성격.

문수인은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 남편이 갖고 있던 주식을 상속하게 돼 갑작스럽게 신화그룹의 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시아버지 마태산(박근형 분)은 비밀리에 계략을 써 문수인에게 횡령 및 배임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그가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몰수 한 후 감옥에 집어넣었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시댁식구들로부터 큰 배신을 당한 문수인은 감옥과 연계된 빵 공장에서 일을 하다, 시찰을 위해 나온 시아버지를 보고 정신없이 빵을 던지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만큼 그는 절망과 분노 가운데 던져져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문수인을 구해준 것은 감옥 10번방에서 만난 새로운 식구들 심복녀(고두심 분), 손풍금(오현경 분), 서미오(하연수 분)다. 각기 다른 이유로 신화그룹에 대한 복수심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은 문수인에게 큰 힘이 돼 주고 있다. 함께 하는 사람들 때문일까? 문수인은 커다란 복수심에도 불구, 물불 가리지 않고 복수를 감행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시누이 마주란(변정수 분)의 남편 박원재(이승준 분)가 찾아와 “함께 힘을 합쳐 본때를 보여주자”며 빼앗긴 주식을 되찾아주겠다는 말에 “아주버님이 말씀하신 건 내 방법이 아니다.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길 거다”라고 특유의 올곧은 캐릭터를 드러내 보였다.
이 같은 문수인의 캐릭터는 한국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입지전적인 여주인공들과 맥을 같이 한다. 악인들로부터 온갖 고초를 당하면서도 그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싸워 이겨보겠다는 그의 패기는 그 자신이 가진 재능과 함께 어울어 질 때 더 빛을 발한다. 문수인은 현재 감옥에서 신화호텔의 양식부 셰프 남우석(하석진 분)으로부터 제빵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의 제빵 실력은 단연 독보적이라 남우석 역시 이를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 결국 문수인이 가할 복수의 무기는 ‘제빵’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 마치 ‘대장금’의 장금이가 요리 실력과 의술로 어머니와 한상궁의 복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미녀의 탄생’ 한예슬, ‘로코’와 복수 사이
‘전설의 마녀’ 한지혜가 독립적이면서도 정통적인 복수를 하고 있다면 ‘미녀의 탄생’ 한예슬은 달달한 연애와 복수 사이를 오가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다. 복수의 과정 자체가 남녀가 ‘알콩달콩’ 사랑을 이뤄가는 로맨틱 코미디로 완성돼가고 있는 것.
‘미녀의 탄생’ 속 한예슬은 제목처럼 추녀에서 미녀로 변신한 사금란 역을 맡았다. 변신 전 사금란은 유학을 떠난 남편 이강준(정겨운 분)을 향해 지극한 사랑을 쏟아 붓는 동시, 시부모의 집에서 마치 고용된 일꾼처럼 살림을 살아왔다. 사금란의 기본적인 성격은 천사 그 자체다. 다만, 환상 속 천사 캐릭터와는 다르게 미인이 아니라는 점이 그의 운명을 비극으로 만들었다. 남편 이강준이 유명 아나운서 교채연(왕지혜 분)과 뻔뻔하게 바람을 피운 것.
배신감에 휩싸여 차를 몰던 그는 사고를 당해 절벽 아래로 떨어졌고, 깨어나 보니 미인이 돼 있었다. 분노할만한 사실은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 모두가 사금란의 사망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새 부인이자 며느리인 교채연을 반겼다는 점.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사금란은 자신의 변신을 도와준 한태희(주상욱 분)와 함께 복수를 다짐하고 남편 이강준을 다시 유혹하기 위해 나섰다.
어디에든 변수가 있게 마련. 이강준을 유혹하는 사금란의 복수는 척척 진행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앞으로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태희가 사금란을 향해 핑크빛 감정을 키워가고 있는 것. 사금란을 향한 한태희의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가는 반면 사금란은 남편 이강준의 숨은 여자가 돼 복수하겠다고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상황. 전 남편과 현재의 조력자 한태희 사이에서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금란의 복수는 복수극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와 더 어울린다.
결국 사금란(사라)은 끝으로 갈수록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남편을 향한 복수냐, 자신을 지켜주는 한태희냐'를 묻는 문제에서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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