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제 2의 수지'는 나올 수 있을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1.24 07: 52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지난 21일 열린 제 5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중 남우신인상 부문이 진행될 때, 현장은 객석의 환호로 순식간에 초토화가 됐다. 팬덤을 지닌 아이돌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였다.
하지만 현장의 열기가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단순히 아이돌 가수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였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여진구나 '신의 한 수'의 최진혁 역시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수상의 영광은 '해무'의 박유천에게 돌아갔다. 이견 없는 수상이였지만, '변호인'의 임시완이나 여진구가 받아도 나름 설득력이 있을 법 했다.
반면 여자신인상 부문은 상대적으로 좀 맥이 빠졌다. 수상자가 너무나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제 23회 부일영화제 시상식, 제 24회 영평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상을 받은 '인간중독'의 임지연 외에는 수상에 '합당'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기력의 문제가 아니라, 신인이라 불리기 어색한 후보도 있는 등 어딘지 모르게 구색맞추기 분위기가 강했다.

올해 충무로 남녀 신인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그림이다.
남자 신인들은 올해 영화상 시상식 신인남우사 부문이 '역대급 경쟁'이라 불릴 만큼 쟁쟁한 활약을 펼쳤던 반면, 여자 신인은 무엇보다도 그 수가 너무 적었다. 올해 눈에 띄는 여자 신인은 앞에서 언급한 임지연 정도 뿐이다.
지난 2012년 '은교' 이후 스크린 데뷔작에서 파격 연기를 펼쳐 주목받는 여자 신인들이 충무로의 눈에 띄는 하나의 현상이기도 한데, 올해는 임지연 외 '마담뺑덕'의 이솜이 있다. 이솜은 '마담 뺑덕'이 스크린 데뷔작은 아니지만 주연작으로,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영화의 흥행이 그의 임팩트를 받쳐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여자 신인 캐릭터의 제한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노출 등 파격적인 도전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않는 이상, 연기력을 보여줄 만한 배역 자체가 너무 없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문제로 꼽는다. '잉투기'에 이어 올해 '나의 독재자'를 선보인 류혜영 같은 경우가 '레어템'(rare+item)에 가까운 것도 그런 이유다.
여전히 충무로에서는 남자 영화는 넘쳐나는 반면 여자 영화는 상업성, 시장성의 문제 등으로 워낙 없기도 하거니와 안방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고 연기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여배우라 하더라도 영화로의 점프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는 남자배우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 신인의 경우는 최근만 보더라도 김우빈, 최진혁, 박서준 같은 청춘스타가 계속적으로 충무로에 진입하고 있다. 또 독립영화계에서의 발견도 비교적 활발하다. '거인'의 최우식, '족구왕'의 안재홍의 앞으로의 행보는 지켜볼 만 하다. 그간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불려 온 변요한 같은 경우는 현재 그가 출연 중인 드라마 '미생'의 탄력을 받아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를 품게 만든다.
특히 올해는 남자 신인들의 면면이 유난히 화려했기에 이런 대비적인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영화계에서 남자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꾸준히 자리잡을 수 있는 데에는 다양하고 진중한 캐릭터가 한 몫하고 있다. 굳이 '파격'이란 수식어를 달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영화 '건축학개론' 같은 장르에서 건진 '제 2의 수지'가 영화계에 빠른 시일 내에 또 등장 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nyc@osen.co.kr
'건축학개론' 스틸(위)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